[이데일리 김형욱 김미영 하상렬 기자] 대미국 수출액이 4월 들어 전년대비 14.3%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2020년 초 이후 약 5년 만에 감소 폭이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수출도 5.2% 줄어드는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영향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24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측과 2+2 만나는 등 한·미 통상협의도 시작한다. 그러나 단기간 내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만큼 당분간 현 수출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미 수출, 코로나19 충격 이후 최대 폭 감소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미 수출액은 62억달러(약 8조 8000억원·통관기준 잠정)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줄었다.
트럼프발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아직 월간 확정치는 아니지만, 이 추세라면 4년 11개월 만에 월간 기준으로도 최대폭 감소가 유력하다.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으로 수출액이 전년대비 29.4%까지 격감했다가 회복한 것을 제외하면 대미 수출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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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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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훈 기자) |
2대 수출시장인 미국이 관세 충격에 빠지면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4월1~20일 총 수출액은 339억달러로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앞당겨진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크게 줄었던 올 1월(-10.2%)을 제외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로 고전한 2023년 말 이후 첫 감소다. 같은 기간 최대 수출시장인 대중국 수출액 역시 66억달러로 전년대비 3.4% 줄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100%가 넘는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으며 우리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도 일부 차질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뺀 모든 품목에서 수출이 줄었다. 미국 수출에 25% 관세가 붙은 승용차(37억달러)와 철강제품(24억달러) 수출이 각각 6.5%, 8.7% 감소했다. 특히 석유제품(22억달러)은 국제유가 감소까지 더해지며 전년대비 22.0% 줄었다. 무선통신기기(9억달러·0.5%↓), 컴퓨터주변기기(4억달러·23.3%↓), 가전제품(4억달러·29.9%↓) 등 정보기술(IT) 품목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10대 수출품목 중에선 반도체(65억달러)만이 전년대비 10.7% 증가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철강, 자동차 등 수출이 크게 줄며 트럼프 관세 조치의 직접적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며 “반도체가 단기적으로 업황이 좋아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이 반도체에도 2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만큼 수개월 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협의 조기 종결 난망…수출 불확실성 이어질듯
정부는 미국 관세에 따른 수출 충격을 완화하고자 이번 주부터 미국과의 협의에 착수한다. 오는 24일(현지시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통상 협의에 나서면서다. 다만 여건 상 이번 협의에서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은 이번 첫 만남에서 양국 간 무역균형과 조선 협력, 한국 측의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등 양국 관심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합의점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재부는 ‘탐색전’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까지 포함한 협상을 원하고 있고, 우리는 통상과 안보를 분리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과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등에 긍정적인 답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는 미국 측이 직접적으로 요청해오지 않는 한 방위비 등 민감 사안은 아예 거론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6월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행 체제에서 유의미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구기보 교수는 “이번 첫 만남에선 큰 틀을 합의하거나 의제를 확인하고 이후 최소 두세 차례 협의가 이뤄져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당장 수출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빠르게 성과를 내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세밀하게 파악하는 가운데 (미국이 요구하는) LNG 투자 등에 대한 수익성 분석 등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