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보복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러 반발에도 관세를 활용한 통상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를 확고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EU의 보복 관세 추진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우리는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이 부과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로부터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EU 위원회가 EU와 다른 기준으로 재배된 미국산 식품에 대해 엄격한 수입 제한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EU에서 허용되지 않는 살충제로 키운 대두 등이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와 더불어 EU는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비례적인’ 보복을 천명한 바 있다. 영국 역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관철될 경우 2022년 폐지한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각국이 저마다 보복 관세를 적용하면 한국 경제 역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반적인 관세 장벽이 높아져 글로벌 무역이 줄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내수 중심 국가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5.7%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주요국들이 맞대응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한국의 수출은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실질 GDP는 0.29%~0.67%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각국이 보호 무역주의로 흐르면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 중간재에 대한 해외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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