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경계를 넓히는 STO와 조각투자의 미래[엠블록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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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경계를 넓히는 STO와 조각투자의 미래[엠블록레터]

입력 : 2026.06.17 14:38

최근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토큰증권(STO) 과. 조각투자입니다.

두 개념은 종종 함께 언급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STO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같은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와 기술을 의미합니다. 반면 조각투자는 미술품이나 부동산, 가축 같은 고가 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나눠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든 투자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조각투자는 ‘상품’이고, STO는 그 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게 만드는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음식과 그릇에 비유하면 조각투자가 음식이라면 STO는 그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열린.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는 이 두 주제가 각각 별도의 세션으로 다뤄졌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토큰증권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조각투자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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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의 핵심은 ‘디지털 증권’이 아니라 ‘디지털 자본시장’

STO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 “증권을 블록체인으로 발행하는 것” 정도로 이해합니다. 물론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날 세션에서 패널들이 강조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만들어낼 자본시장의 변화였습니다.

현재 금융시장은 거래와 결제, 소유권 관리가 서로 다른 기관과 시스템을 통해 이뤄집니다. 주식을 매수해도 실제 결제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중개기관이 개입합니다.

토큰증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인프라 안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래와 정산, 권리 이전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24시간 거래나 즉시 결제(T+0) 같은 새로운 시장 구조도 가능합니다.

물론 국내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관련 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부터 예정돼 있으며, 세부 가이드라인 역시 순차적으로 마련될 예정입니다. 때문에 토론에서는 “우리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기보다 글로벌 시장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머니마켓펀드(MMF)나 국채를 토큰화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고,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채권과 펀드, 예금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만 있다고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반복해서 언급됐습니다. 토큰증권이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실제로 거래할 투자자가 없고,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시장은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토큰증권 시장에 참여하려면 결제 환경과 규제 체계, 투자자 보호 장치까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결국 STO 경쟁력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얼마나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STO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실물자산토큰화(RWA, Real World Asset) 흐름도 있습니다. RWA는 부동산, 채권, 미술품, 인프라 자산 등 현실 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건물을 하나의 자산으로만 거래하면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수천 개의 토큰으로 나누면 훨씬 많은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STO입니다. 즉 RWA가 ‘무엇을 토큰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STO는 ‘어떻게 제도권 안에서 토큰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날 토론에서도 토큰증권이 단순히 새로운 투자 상품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 전체를 연결하는 기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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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시장, 결국 필요한 것은 상품과 신뢰

이어진 조각투자 세션에서는 새로운 투자 시장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논의됐습니다.

조각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입니다. 미술품이나 부동산, 와인, 명품처럼 과거에는 일부 자산가들만 투자할 수 있었던 자산에 일반 투자자도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패널들은 조각투자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산을 잘게 나눠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 하는 ‘좋은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션에서는 한돈 투자계약증권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해당 상품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투자 종료 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두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초기 투자자 상당수가 후속 상품에도 다시 참여했다는 점이 언급됐는데, 이는 조각투자가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 투자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좋은 상품이 있다고 해서 시장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자가 상품을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각투자의 투자 대상은 미술품이나 비상장 자산처럼 가치 평가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토론에서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습니다. 투자자는 자산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됐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발행사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매컴퍼니 김재욱 대표 역시 미술품 조각투자 과정에서 작품의 거래 이력과 소장 기록, 감정 결과 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작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발행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철저한 검증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패널들은 투자자 보호 역시 단순히 손실을 막는 차원이 아니라,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자산을 조각내느냐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시장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발행사와 증권사, 수탁기관, 가치평가 기관 등 다양한 참여자가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좋은 상품과 투자자 신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 인프라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조각투자 시장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STO와 조각투자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관심은 기술 자체에 집중됐습니다. 블록체인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토큰화가 가능한지,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가 주요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논의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자산을 토큰화할 것인가, 어떤 상품이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시장 규모를 키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기술은 어느 정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제도 역시 조금씩 갖춰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토큰증권과 조각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자산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고,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시장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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