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짜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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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짜 노림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얼마 전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터커 칼슨과 한 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는 각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헤아리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미 손익 계산이 끝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트럼프가 관세를 미국 내 양극화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인의 유럽 여행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푸드뱅크(식료품 나눔 지원처) 이용 역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낸 건 미국 내 경제적 격차가 심해졌다는 단적인 예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하위 50%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해외에서 만든 물건이 미국 내에서 더 비싸지면, 기업들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 일자리가 복원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고용 확대는 특히 하위 계층의 소득과 자산 증가에 도움이 된다. 관세는 트럼프에게 직접적인 복지 수단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미 증시 폭락이 트럼프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니라는 건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내 상위 10%가 전체 주식의 88%를 보유했고, 40%는 12%를 가졌다. 나머지 하위 50%는 신용카드, 렌트, 자동차 할부금 등 빚에 허덕이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는 계층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미 증시를 떠받치는 기술주의 하락은 딥시크와 같은 중국 인공지능(AI)의 등장 때문이지 관세 정책 탓이 아니라는 게 트럼프 진영의 판단이다. 오히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의 제조업 기반이 강해지면 주식 시장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베선트 장관은 반박했다.

[토요칼럼] 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짜 노림수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하위 계층을 더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기우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이런 인식은 트럼프 행정부 1기(2017~2021년) 때 경험이 근거가 됐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 물가는 연 2% 안팎에서 움직였다. MIT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부과한 20%의 대중국 관세로 물가는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이 기간 실질 임금은 3% 이상 상승했고, 하위 50% 가구의 순자산 증가율은 47%나 됐다. 이는 상위 1%보다 세 배 이상 빠른 증가세였다.

중산층의 세금 감면을 공약한 트럼프는 관세로 세수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유예됐지만, 실제 실행됐을 때 관세 수입은 연간 3000억~6000억달러로 예상됐다. 물론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관세 수입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 소득세 등 국내 세수는 증가하게 된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관세 전쟁에서 중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역 적자국(미국)과 흑자국(중국) 관계에서 흑자국이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19.7%로, 미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11%)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제조업 생산은 약 30%를 담당한다. 인구 대비 생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제조 초과국’이다. 현재 성장 둔화를 겪는 중국은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중국이 제조업 중심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관세 전쟁에서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트럼프의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달러 패권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한다. 월가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정책에 대한 불신을 일으켰고, 달러화는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달러 패권이 흔들릴 것이란 지적과 관련, 달러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재무장관인 자신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내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탄탄한 경제 기초를 마련하면 달러 역시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의 일방적인 주장이지만, 설득력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물론 관세 정책이 의도대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미국의 의도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읽어낼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비판이나 트럼프에 대한 조롱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지금 이 정책의 속도와 몰고 오는 파장이 너무 빠르고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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