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윤석열 정부 내내 20대의 탈(脫)국민의힘 현상이 매우 뚜렷했다. 대선에서 국민의힘 집권을 견인했던 20대의 지지율이 새 정부 출범 후 불과 석 달 만인 2022년 8월 첫째 주 국민의힘 우세에서 민주당 우세로 역전된 후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12·3 계엄 선포 직후 하락세가 가속화하며 12월 8일 역대 최대치인 15.1%포인트까지 뒤졌다.
하지만 12월 8일을 기점으로 다시 두 정당 간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한 달 만인 2025년 1월 13월경 또 다른 변곡점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탄핵안이 통과된 12월 12일을 전후해 20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니 2025년 3월 1일 무려 939일 만에 두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재역전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반면 두 번째 변곡점의 원인은 민주당의 비상식적 행태다. 국회에서 탄핵안 통과를 앞두고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를 ‘내란죄’라고 하더니 정작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는 탄핵소추 사유에서 이를 삭제했다. 헌재 결정을 앞당겨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꼼수’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또 확실한 탄핵 ‘인용 표’를 확보하기 위해 진보 성향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압박하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 소추해 국정 공백을 초래한 데 이어 최상목 부총리 탄핵까지 압박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계속된 ‘줄탄핵’은 비상식의 ‘끝판왕’이었다.
6·3 대선의 키를 쥔 20대 등 부동층은 ‘비상식’이 일상화된 두 진영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지를 마주한 상태다.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의견을 유보한 20대 응답자가 무려 55%에 달했고, 전혀 당선 가능성이 없는 ‘기타 인물’을 꼽은 응답자도 5%였다. 결국 20대의 거의 60%가 부동층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두 정당 모두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다. 납득할 만한 ‘상식적’ 후보를 선출해 내는 정당이 20대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20대가 생각하는 ‘상식적’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성장동력 상실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구할 능력과 전문성이 있는 후보가 아닐까. 아니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국민 통합의 ‘서사’가 있는 후보일 수도 있다. 이를 해낼 진영은 어디일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양쪽 모두 ‘상식적’ 후보 선출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런 조짐들이 농후하다. 민주당에서는 당원 표 비중을 높인 경선 강행에 ‘들러리 경선’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어느 주자가 떠오르면 끌어내리기에 급급해 ‘갈등적 경선(Divisive Primary)’이 심화되고 있다. 이 암울한 ‘비상식 대 비상식’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무조건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가장 최근인 4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 한 명의 지지율이 37%로 보수 주자 모두를 합친 것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기 때문이다.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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