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서 해제한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은 “질서 유지”를 위해서였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국회 출입이 가능했는데도 일부 의원이 “담을 넘는 사진을 찍는 쇼”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시간짜리 내란이 인류 역사상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무장 병력이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는 장면을 전 국민이 지켜봤다.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이날 공판에 출석해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거듭 증언했다. 헌재도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만 “평화적 메시지” 운운하며 억지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조사 받으면서 진술한 게 헌재 심판정에서 많이 탄핵(증명력 상실)당하고 실체가 많이 밝혀졌다”고도 했다. 헌재는 8인 만장일치로 국회에 군경 투입, 위헌적 포고령 발령 등 5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인정하고,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철저히 배척했다. 이런 부분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 탄핵당했다고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계엄 선포의 직접적 계기에 대해선 “야당의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아주 갈 데까지 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헌재도 지적했다시피 이는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계엄이라고 하는 것은 늘상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일반 상식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 메시지를 일절 내놓지 않은 것이나 첫 공판에서도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은 채 억지 궤변을 늘어놓는 이유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했듯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대 정치적 활로를 도모해 보겠다는 계산이나 노림수가 없다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파면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 미래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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