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1시간뒤 시간당 100㎜ 퍼부어
과달루페강 수위 90분새 1m→10m
“캠프 오두막 꼭대기까지 물 차올라”
트럼프 2기, 기상 인력-예산 삭감… “피해지역 기상전문가 상당수 공석”
● 초토화된 100년 역사의 여학생 캠프
6일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홍수는 텍사스주 중남부 힐컨트리 지역 커카운티의 과달루페강 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곳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7∼17세 여학생 750여 명이 참가한 ‘미스틱 캠프’가 진행 중이었다. 이 캠프는 1926년부터 시작된 여학생 전용 기독교 여름캠프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자녀와 손녀들도 다녔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지도교사로 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의 명문 캠프였던 것.
예기치 못한 폭우와 홍수는 학생들이 모두 잠든 이날 새벽 일어났다. 밤 12시 직후 기상당국은 텍사스주 중부에 극심한 폭우가 예상된다는 경보와 함께 심각한 돌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시간 뒤 기상청은 매우 위험한 돌발 홍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시간당 최대 7.5∼10cm의 폭우가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과달루페강 수위는 약 90분 만에 약 1m에서 10m로 급상승했고, 강물 양은 초당 29.6㎥에서 5000㎥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AP통신은 “해당 지역은 가뭄으로 인해 땅이 완전히 마르고 딱딱해져 있었다”며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콘크리트 같은 토양이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분석했다.급류가 휘몰아치면서 근처 저지대의 어린이 등 야영객들이 물살에 떠내려가기 시작했고, 고지대 캠프 오두막에 있던 어린이들은 맨발로 대피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캠프 옆 강은 이전 재해에서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끔찍하게 파괴됐다”며 “급류가 오두막 꼭대기까지 차 올랐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홍수는 멕시코만에서 공급된 엄청난 습기와 최근 멕시코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의 잔여 습기가 합쳐지면서 발생했다. NYT는 “마치 머리 위에 흠뻑 젖은 스펀지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며 “이런 뇌우가 느리게 이동하며 폭우를 쏟아내 치명적인 돌발성 홍수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 美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 기상 인력·예산 감축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폭우가 더 자주 발생하고 동시에 강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 온난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국가 기후평가에 따르면, 텍사스주 동부 기준으로 연간 5cm 이상의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1900년 이후 20% 급증했다. 기상학자 브렛 앤더슨은 “기후 변화로 대기가 따뜻해졌고, 따뜻한 대기는 훨씬 더 많은 수분을 품을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평균 대기 수분량이 이전보다 훨씬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최근 미국에선 갑작스러운 폭우와 그로 인한 홍수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는 몇 시간 만에 18cm가 넘는 비가 쏟아져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40분 만에 10cm 가까운 비가 내려 최소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기상 분석 인력이 부족하고, 경보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연방정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상 관련 인력과 예산도 삭감돼 논란이 일고 있다. NYT는 “이번 홍수 피해 지역의 국립 기상청 사무소 내 많은 전문가 자리가 공석이었다”며 “해당 사무소의 공석률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비해 거의 두 배”라고 지적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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