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서 고려 난파선 흔적 또 발견 “1150~1175년경 침몰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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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유산硏, 고려청자 87점도 찾아
“발견된 고려선박중 가장 이른 시기”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구조 공개
“고려와 달리 쌍돛대 달고 쇠못 사용”


고려시대 난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도5호선’의 선체 파편이 지난달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됐다(위쪽 사진). 파편 근처에서는 12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87점이 확인됐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고려시대 난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도5호선’의 선체 파편이 지난달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됐다(위쪽 사진). 파편 근처에서는 12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87점이 확인됐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약 850년 전 고려청자를 싣고 항해하다 바다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이는 고려시대 난파선의 흔적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고려 난파선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일한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도 지난달 육지로 인양된 뒤 처음으로 실제 모습이 공개됐다.

● “고려청자 꾸러미 실린 고선박”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지난달 충남 태안 마도 해역을 음파탐사로 조사하다가 고려 때 난파한 것으로 보이는 선체 파편과 목제 닻, 화물받침목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태안 마도 해역은 고려와 조선 시대 조운선(漕運船)이 공납품과 곡식 등을 싣고 개경이나 한양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했던 요충지. 하지만 풍랑이 거세고 물길이 험해 많은 배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392년부터 60여 년 동안 200척이 침몰했다.

파편으로 발견된 선박은 마도에서 5번째 발견된 고선박이란 뜻에서 ‘마도5호선’으로 이름 지어졌다. 지금껏 발견된 고려 선박 17척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한 것으로 보여 향후 전모 확인이 기대된다. 신종국 수중발굴과장은 “선체 파편과 함께 출수된 유물로 미루어 보면 1150∼1175년경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00년대 발굴된 태안선(12세기 후반)이나 마도1호선(1208년)보다 앞선다”고 했다.

함께 찾은 유물은 고려청자 87점이다. 왕실 공납품보다 다소 격이 떨어지는 모란당초문 청자 접시와 민무늬 잔 등이 꾸러미째 발견됐다. 도자고고학 전문가인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이사장은 “이 중 삿갓형 소완 청자는 12세기 등장해 13세기 소멸한 양식이라 제작 연대를 추정할 근거가 된다”며 “그릇에 쓰인 압출양각(壓出陽刻·틀로 문양을 찍어내는 기법) 방식도 12세기 중후반 유행한 기법”이라고 했다. 마도5호선은 기온이 높아지는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 “조선 ‘쌍돛대’ 배 처음 건져올려” 연구소는 이날 지금까지 확인된 유일한 조선 선박인 ‘마도4호선’의 구조도 공개했다. 지난달 육지로 인양된 마도4호선은 1420년경 세곡과 도자기를 싣고 전라 나주에서 한양 광흥창으로 가다가 난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발굴 당시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木簡·글이 적힌 나뭇조각) 60여 점과 ‘내섬(內贍·궁궐 공물 및 외빈 접대 용품 관리 관청)’이란 글씨가 적힌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이 선체 근처에서 나와 주목받았다.

앞선 시기 선박들과 비교하면, 마도4호선은 당대에 발전된 항해 기술이 적용됐다. 고려 선박은 돛대가 배 중앙에 하나지만, 마도4호선은 배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다. 신 과장은 “돛이 하나인 선박에 비해 항해 속도를 높이거나 바람 따라 방향 전환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선체가 더 정교하고 튼튼하게 제작된 점도 눈길을 끈다. 진호신 학예연구관은 “이전 시기의 선박들은 큰 나무못이 듬성듬성하게 박혀 있었다면, 마도4호선은 작은 나무못을 촘촘히 박아 배를 만든 뒤 쇠못을 사용해 배를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엔 비싼 재료였던 쇠못이 사용된 고선박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마도4호선이 유일하다”고 했다.

마도4호선은 현재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보존센터에서 염분 제거 작업을 받고 있다. 염분 제거는 보통 3, 4년간 이어진다. 신 과장은 “이후 경화 및 건조 등 보존 처리도 거쳐 복원까지 약 15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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