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매 등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효과 극대화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9 hours ago 2

인벤티지랩의 약물전달기술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제조하는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어 매일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각종 만성 치료제를 길게는 6개월에 한 번 주사 맞아도 약효가 지속되는 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벤티지랩 제공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제조하는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어 매일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각종 만성 치료제를 길게는 6개월에 한 번 주사 맞아도 약효가 지속되는 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벤티지랩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당뇨병과 탈모, 고혈압, 고지혈증의 공통점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매일 잊지 않고 약을 복용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인벤티지랩은 주 1회나 월 1회, 반년에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약효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제조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헬스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보건산업진흥원의 ARPA-H 프로젝트의 연구 과제로 선정됐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를 만나봤다.

―창업하게 된 계기는….

“일반적인 의약품은 약효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정도 유지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최소 3일에서 최대 1년까지 약효가 지속될 수 있다. 사실 이 기술은 20여 년 전에 이미 개발됐다. 하지만 상용화가 된 제품이 많지 않고 제네릭 제품도 거의 없다. ‘일정한 약물 방출’과 ‘대량 생산’만 해결된다면 상용화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연구하고 창업했다.”

―인벤티지랩은 어떤 기업인가.

“자체 구축한 ‘마이크로플루이딕스’ 기반 ‘약물전달기술(DDS)’을 연구·개발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개량신약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제품화 허가 및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들과 협력해 사업화 실적을 쌓아왔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2022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인벤티지랩이 개발한 마이크로플루이딕스의 특징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의 핵심은 장기간 일정한 양의 약물이 체내에 퍼지도록 하는 ‘약물 방출 컨트롤’이다. 기존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은 투약 후 초기에 약물이 과도하게 방출되는 ‘버스트 현상’이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일정한 마이크로스피어 사이즈와 완벽한 구형의 입자를 구현과 미세유체역학 이론 도입으로 이를 해결했다.”

―대량 생산에도 강점이 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제형’을 연구하는 제제연구팀과 생산 기술을 연구하는 공정개발팀으로 나뉜다. 기계공학과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정개발팀 덕분에 고품질의 제형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 한쪽에서는 균질한 의약품을 개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량 생산을 통해 성장했다.”

―탈모, 치매, 비만 등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은 어느 단계인가.

“최근 세계 최초로 남성형 탈모 치료제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대웅제약과 공동 개발 중이며 임상 1상 종료 후 2상을 준비 중이다. 치매, 약물중독,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도 호주에서 임상 1, 2상 진행 중으로 올해 임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한양행과 공동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는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으며 올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ARPA-H 프로젝트’에 참여기업으로 선정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위한 IVL-DrugFluidic 플랫폼 기술과 mRNA 백신을 체내로 전달하는 LNP 제형 개발, 대량 생산 기술의 강점을 인정받아 선정됐다. 참여 과제는 ‘백신 탈집중화 생산 시스템’ 구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팬데믹 상황이 발생했을 때 100일 이내에 mRNA 백신을 1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소규모·이동형 모듈 개발로 신속한 백신 생산 및 공급을 가능하게 해 발 빠른 팬데믹 대응에 한 발짝 다가가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은….

“약물 전달 플랫폼을 기반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mRNA 백신, 유전자치료제의 개발 및 제조 기술은 상업화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도약할 차례다. 현재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과를 거둔 사례는 없다. 그 주인공이 인벤티지랩의 목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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