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승인 ‘렉라자’, 뇌전이 폐암 환자에도 우수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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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철 교수가 말하는 ‘렉라자’
국산 3세대 표적항암제로 변이암 치료… 임상시험서 국적 상관없이 1년 이상 생존
중추신경계로 전이된 환자에게도 효과
건강보험 적용 돼 약값 20분의 1 수준… 병용요법 국내 허가받아 치료길 열려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3세대 표적항암제렉라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3세대 표적항암제렉라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최근 제약 업계가 떠들썩했다. 국산 항암제가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표적항암제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렉라자는 임상을 통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상의 1세대 표적항암제와 비교할 때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렉라자 연구개발에 참여한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개발 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어떤 암인가.

“폐암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이다. 암세포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 소(小) 자를 써서 소세포폐암이라고 하고 작지 않으면 아닐 비(非)를 써서 비소세포폐암이라고 한다.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은 치료 방법과 약제가 다르다. 전체 폐암의 80∼85% 정도가 비소세포폐암이다. 많은 폐암 환자가 비소세포폐암에 해당되기 때문에 치료 수요도 높다. 또 비소세포폐암은 어떤 돌연변이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돌연변이가 나타난 폐암은 해당 변이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로 치료한다. 즉 돌연변이가 없다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비소세포폐암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 중에서 가장 흔한 게 바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라고 하는 EGFR 돌연변이다. EGFR 변이는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서 더 자주 발생한다. 렉라자는 EGFR 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한 표적항암제다. 다른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게는 처방할 수 없다.”

렉라자. 동아일보DB

렉라자. 동아일보DB

렉라자는 국내 신약이라 동양인이나 한국인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많을 것 같다.

“그렇다. 렉라자 개발 당시 연구 대상 환자로 한국인이 많이 포함됐다. 물론 연구에는 다른 아시아인이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글로벌 환자 전체를 분석했을 때나 한국인만 따로 분석했을 때나 모두 결과가 일관되게 좋았다. 항암제 임상시험의 주요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이라는 게 있다. 질병이 진행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을 말한다. 즉 PFS가 길수록 약효가 좋다는 뜻이다. 렉라자 임상에서 글로벌 환자 전체를 두고 봤을 때 PFS가 20.6개월이었고 대조군이었던 1세대 표적항암제 투여군에서는 9.7개월이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다. 한국인 환자만 따로 분류했을 때도 PFS가 20.8개월로 일관됐다. 이런 데이터를 고려할 때 렉라자는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할 수 있다.” ―렉라자는 뇌 전이에도 효과가 있다.

“폐암은 전이가 잦은 암이다. 특히 뇌로 전이되면 치료 이후 예후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다. 이런 뇌전이 폐암을 치료할 때 약의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관건인데 기존에 쓰였던 1, 2세대 항암제들은 BBB 투과율이 낮아 뇌전이 환자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렉라자는 3세대 표적항암제다. 3세대 표적항암제는 BBB 투과율이 높다. 실제 임상에서 렉라자는 중추신경계로 전이된 환자에게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뇌전이 환자에게 1세대 표적항암제인 게피티닙이나 엘로티닙을 썼을 때는 PFS가 8.4개월에 그쳤는데 렉라자를 쓰니 28.2개월로 길어졌다. 거의 3배 차이다.”

―암 환자의 공통적인 불안은 치료 부작용이다.

“흔히 항암제 부작용이라고 하면 고전적인 항암 요법인 세포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처럼 머리카락이 다 빠지거나 심하게 토하는 등 심각한 증상을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렉라자 등 3세대 표적항암제처럼 좋은 약이 많이 출시돼 부작용이 경미하거나 관리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 렉라자도 부작용이 있다. 손발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어떤 환자는 신발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다고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나 불편한 경우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보조 약제를 추가하거나 렉라자 용량을 줄여 복용할 수 있다.”

―렉라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월 3알 기준 30만 원 정도다. 만약 월 2알로 줄이면 20만 원 정도 부담한다. 표적항암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을 때는 월 500만∼600만 원 정도였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는 5%만 부담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정말 중요하다.”

―렉라자는 어떤 요법으로도 활용되는가.“렉라자 개발에 참여한 의료진으로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본다. 환자를 진료하고 신약이 출시됐을 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모아져 FDA 허가까지 받았다. 렉라자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렉라자와 ‘아미반타맙’이라는 약을 병용하는 요법도 최근 국내에서 허가됐다. 이 밖에도 방사선 요법을 더하는 옵션도 허가될 것이다.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요법도 임상시험 중이다. 치료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암에 걸렸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를 만나서 열심히 노력하면 치료될 수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과거 대부분 복제약만 판매했다. 렉라자의 개발과 탄생을 보면서 다른 제약사도 신약 개발에 더 활발히 참여하기를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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