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자금줄 잡은 K바이오…공통분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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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7-06 오전 8:41:02

    수정 2026-07-06 오전 8:41:02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대규모 자금이 검증된 플랫폼형 바이오텍으로 쏠리며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장기 성장자금 성격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대규모 투자 유치 현황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 대규모 투자 유치 현황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수천억 현금 몰리는 바이오텍…자금의 '질'이 달라졌다

최근 에이프릴바이오(397030)가 IMM인베스트먼트와 TKG태광으로부터 3468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리가켐바이오(141080)가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게 됐다. 지난달 초 올릭스(226950)가 로레알 그룹의 벤처펀드와 미국 자산운용사로부터 1107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탄탄한 외부 자금이 국내 바이오기업에 유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최근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금 유입의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특히 단기간 매물화될 수 있는 전환사채(CB) 중심 자금 조달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 정책 금융, 장기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하면서 투자의 호흡이 길어졌다. 신약개발의 특성상 오랜 기간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장기 성장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실제로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에이프릴바이오는 한 번에 한 파이프라인을 순차적으로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복수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에이프릴바이오는 기존 현금 여력만으로는 우선순위에 따라 제한적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었지만 3468억원 규모 자금 유입으로 임상 진입, 비임상 데이터 확보, 기술수출용 패키지 구축 등을 병렬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해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릭스는 지난 6월 초 로레알그룹의 벤처펀드 BOLD와 미국 자산운용사 와이스에셋매니지먼트로부터 1107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RNA간섭(RNAi) 플랫폼의 글로벌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로레알 그룹(이하 로레알)과 신규 파이프라인 협력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하며 RNAi 기반 연구개발 분야를 확대했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지난해 일라이릴리로부터 22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받았다.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기업의 지분을 직접 확보한 드문 사례다.

이러한 자금 유입에는 해당 바이오기업의 플랫폼기술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한 바이오기업에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은 기술과 경영에 대한 신뢰가 전제됐다는 의미"라며 "단기 차익을 노린 전환사채(CB)성 자금과 달리 최근 딜은 SI와 FI가 참여하는 구조라 보다 장기적인 자금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외부 자금이 바이오기업의 옥석 가리기를 대신해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탄탄한 자금 끌어모으는 바이오텍 조건

그렇다면 이렇게 탄탄한 자금이 유입되는 바이오기업들의 공통 분모는 무엇일까? 바이오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술 보유 △다수의 기술수출 이력 △넉넉한 현금 여력 등을 공통점으로 지목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적 확장성과 자본 조달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 핵심으로 꼽혔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해외에서 드물지 않게 확인된다.

알나일람(Alnylam)은 siRNA 전달 플랫폼으로 갈낙(GalNAc conjugate)과 지질나노입자(LNP)를 보유하고 있다. 알나일람은 이를 기반으로 2018년 '온파트로'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세계 첫 RNAi 신약을 탄생시켰다. 이후 온파트로를 포함해 알나일람이 발굴한 RNAi 치료제 6개가 상업화되며 플랫폼의 반복 가능성을 입증했다.

모노메틸 아우리스타틴 E(MMAE) 기반 ADC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축적한 시젠(Seagen)도 다수의 FDA 승인 사례를 확보한 대표적인 ADC 플랫폼 바이오텍으로 꼽힌다. 시젠의 베도틴(vedotin) 계열 ADC 기술은 세포독성 페이로드 MMAE와 프로테아제 절단성 링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애드세트리스'와 '패드세브', '티브닥' 등 상용화 신약에 적용됐다. 시젠은 ADC 플랫폼 경쟁력을 인정받아 2023년 화이자에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대규모 자금이 플랫폼형 바이오텍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해외 성공 사례와 맞닿아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에이프릴바이오는 SAFA·REMAP 기반 단백질·항체 플랫폼, 올릭스는 RN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신약후보물질 하나에 베팅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파이프라인으로 확장 가능한 회사라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단일 파이프라인 기업은 실패 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지만 플랫폼형 기업은 하나의 기술을 여러 후보물질과 적응증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플랫폼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자금 유입 이후 밸류업 경로를 그리기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기술수출 이력을 통해 외부 검증을 수차례 거친 기업들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리가켐은 총 15건, 약 9조6567억원(비공개 계약금 제외) 규모의 기술이전 이력을 쌓았다. 에이프릴바이오도 룬드벡과 에보뮨을 상대로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누적 계약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릭스의 경우 중국 한소제약에 이어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누적 계약 규모가 1조4485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술이전 이력을 기반으로 현금화 경로가 뚜렷하며, 곳간이 두둑한 업체들이라는 점도 공통 분모이다. 리가켐바이오의 1분기 말 현금성자산(기타 유동금융자산 3802억원 포함)은 4522억원에 달했다. 같은 시기 올릭스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988억원이었으며, 에이프릴바이오(단기금융상품 포함)는 829억원으로 현금 여력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현금이 넉넉한 업체들에 더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현금 여력을 갖춘 플랫폼형 바이오텍이 상대적으로 더 검증된 투자처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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