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회장의 집념…韓 건설에 선진 DNA 심었다
1990년대 중반 대형참사 계기
설계·시공아닌 프로젝트 관리
국내 첫 PM 도입해 시장 개척
서울 월드컵경기장·스타필드
롯데월드타워·엘시티 등 수행
해외 66개국서 매출 60% 창출
AI데이터센터·SMR까지 확장
건설 全 생애주기 플랫폼 도약
1996년 서울 강남 도곡동. 삼성그룹이 추진하던 102층 규모의 '도곡 시너지파크(현 도곡 타워팰리스)' 프로젝트에 낯선 개념의 회사가 등장했다. 설계와 시공을 직접 맡는 건설사가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하는 PM(Project Management·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한미글로벌은 루마니아 원전과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까지 넘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미글로벌의 출범은 한국 건설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사진)은 1970년대 중동 건설 현장에서 PM 개념을 처음 접했다. 이후 삼성물산 소속으로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이던 말레이시아 KLCC 현장소장 등을 맡으며 해외 선진 건설관리 기법의 효과를 체험했다.
국내 복귀 후 품질·안전 담당 임원으로 일하면서 김 회장은 빠른 시공에 치우친 국내 건설관리 체계의 한계를 절감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가 잇따르자 글로벌 수준의 사업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선도 기업들을 설득한 끝에 1996년 6월 18일 미국 파슨스와 합작해 한미건설기술을 설립했다.
◆ 건설관리 개척하며 혁신 주도
한미글로벌은 설립 직후인 1996년 11월 삼성그룹이 추진하던 102층 규모의 '도곡 시너지파크' PM을 수주하며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이 사업은 현재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이어졌다. 창립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1997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흑자 경영을 이어갔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의 공공 PM 프로젝트인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2000년 한미파슨스로 사명을 바꾸며 사업을 확장했고, 2009년 국내 PM 업계 최초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2011년에는 현재의 한미글로벌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30년간 수행한 프로젝트는 3300여 건에 이른다. 창립 초기 120명이던 임직원은 현재 국내외 2200여 명으로 늘었고, 창립 당시 64억원이던 매출은 2025년 4488억원으로 70배가량 증가했다.
사업 영역도 주거시설 중심에서 초고층 빌딩, 업무시설, 복합상업시설, 하이테크 산업시설로 넓어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롯데월드타워, 부산 엘시티, 여의도 파크원 등 도시 스카이라인을 바꾼 랜드마크 프로젝트들이 대표적이다. SK T타워, 카카오 스페이스닷원, 네이버 1784, KB국민은행 통합사옥 등 업무시설과 스타필드, 타임스퀘어 등 대형 상업시설 사업관리도 맡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네이버 데이터센터 등 반도체·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하이테크 시설 분야의 기술력을 축적하는 계기가 됐다.
한미글로벌의 경쟁력은 착공 전 단계에서 공사비, 공기, 품질 리스크를 검토하는 프리콘(Pre-construction) 역량이다. 자체 서비스인 'HG프리콘'은 설계 단계부터 공사비와 공기, 시공성, 안전 리스크를 사전 점검한다. 3300여 개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원가 데이터와 가치공학(VE), 건설정보모델링(BIM), 디지털 PM 플랫폼을 결합해 사업 초기 단계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진출도 성장의 한 축이다. 한미글로벌은 2003년 중국 상하이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나섰고, 2007년에는 국내 PM 업계 최초로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지털시티, 디리야 신도시,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등 중동 메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미국 오택, 영국 K2와 워커사임 등 현지 엔지니어링 기업도 잇달아 인수했다. 현재 전 세계 66개국에 진출해 28개 해외 법인·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 AI·ESG로 다음 30년 준비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원자력발전소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고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확충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사업 PM 기술지원 용역을 따냈고, 올해는 국내 신한울 3·4호기 사업관리지원 용역을 수주했다. 향후 미국에 SMR 전담 조직을 신설해 미래 에너지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한미글로벌의 30년을 단순한 기업 성장사를 넘어 국내 PM 산업이 자리 잡은 과정으로 평가한다. 과거 국내 건설산업이 시공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획, 설계, 원가, 공정, 운영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사업관리 체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는 '구성원의 행복'을 앞세워 안식휴가제도,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결혼자금 1억원 대출, 육아기 재택근무, 자녀 수 제한 없는 보육비와 대학 학자금 지원 등 가족친화 제도도 도입했다. 셋째 자녀 출산 시 즉시 승진 제도를 운영하는 등 출산 장려책을 펴 2024년 인구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친화 최고기업에도 선정됐다.
한미글로벌은 다음 목표를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TSP)'로 잡고 있다. PM과 CM을 넘어 개발·투자·시공·운영을 아우르는 AI기반 종합 프로젝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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