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월드컵이 예상보다 흥행하지 않자, FIFA는 경기 티켓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확대 개편된 초대 클럽월드컵의 성적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사진출처|클럽월드컵 페이스북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 흥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극단적인 입장권 할인 전략을 내세웠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릴 첼시(잉글랜드)와 플루미넨시(브라질)의 준결승전 입장권이 단돈 13.40 달러(약 1만 8천 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3일 전까지만 해도 이 티켓의 가격은 473.90 달러(약 64만 7천 원)에 책정돼 있었다.
FIFA가 새롭게 확장한 클럽월드컵을 흥행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클럽, 방송사, 스폰서에게 성공적인 첫 대회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관중 수 증가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3일간 티켓 가격은 470 달러대에서 13 달러대까지 97% 넘게 하락했다.
역설적으로 이제는 경기장 내 치즈스테이크(15달러)나 맥주 한 잔(14달러)보다 경기 입장권이 더 싸진 셈이다. 이는 FIFA가 초반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했고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또한 FIFA는 대회 자원봉사자들에게 8강전 티켓 4장을 무료 제공하는 이메일을 대회 직전 일주일 내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도르트문트(독일)의 준결승(레알 마드리드 3-2 승)만은 예외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사전 교육 당시 “무료 티켓은 없다”는 안내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기장에서는 유니폼을 착용하지 말라는 요청도 받았다. 이는 외부 관중과 혼동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두 번째 준결승전의 입장권 가격도 큰 폭으로 출렁였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가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2-0으로 꺾은 직후, 해당 경기의 가장 저렴한 일반석 가격은 266.60 달러(약 36만 4천 원)로 치솟았다가 곧 199.60 달러(약 27만 2천 원)까지 내려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평균 관중은 3만5천 명 수준으로, 일부 경기는 매진에 가까웠지만 상당수는 수만 석의 빈자리를 남겼다. 이에 FIFA는 마케팅에만 5천만 달러(약 682억 5천만 원) 이상을 투입하고, 소셜미디어(SNS)와 인플루언서 홍보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대회 개막전이 열린 하드 록 스타디움에선 현지 대학생에게 티켓 1장을 20달러에 판매하면서 최대 4장의 무료 티켓을 함께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FIFA는 “자원봉사자에게 경기를 관람할 기회를 주는 것은 이전 대회에서도 있었던 일이며, 시장 상황에 맞춘 탄력적 가격 정책은 처음부터 공지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 고가에 티켓을 구매한 팬들에 대한 보상 계획이나 환불 정책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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