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임용한의 전쟁사]〈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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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잔인함을 혐오한다고 해서 전쟁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했다. 인간과 인간의 싸움은 적대적인 감정과 의도로 이뤄져 있다. 문명화된 민족 간 전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를 양 정부의 지성적인 행동으로 환원한다거나 격정적인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잘못된 견해도 없다. 전쟁의 발발이나 진행 과정을 온건주의적 시각에서만 접근하면 어리석은 과오를 범하게 된다. 무조건 전쟁으로 해결하자는 뜻이 아니다. 국가 간 갈등이 이미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면 낭만적인 노력, 감성적이거나 이상적인 관념으로 접근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전쟁을 방지하려는 노력이든,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극복하려는 노력이든 현실적이고 냉정한 접근만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충고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남북 간 갈등이 철조망을 허물고, 비무장지대(DMZ)의 진지를 파괴하고, 병사들이 빈총을 들고 경계를 서면 긴장이 완화될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그렇다. 악수를 하고, 물자를 나누면 적대감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설정 역시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라. 당신이 살아오는 동안 타인에게 조건 없이 호의를 베풀었더니 갈등을 겪고 있거나 적대적인 감정을 품고 있던 사람이 감복해서 우애를 회복한 경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남북문제는 이념과 체제의 대립에서 비롯된 문제다. 한쪽의 번영은 한쪽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젠 서로 같은 체제가 되어도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비와 용서, 베풂으로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환상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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