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희창]“월급 80%가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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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청년들을 광장 텐트로 모이게 만든 데는 폭등한 집세가 큰 불씨를 제공했다. ‘텐트 시위’에 참가한 한 20대 요리사는 월급 1500유로(약 220만 원) 중 80%를 월세로 낸다고 했다. 그는 형편이 그나마 나은 것일 수도 있다. 스페인청년위원회(CJE)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평균 월세는 16∼29세 청년들이 받는 평균 월급의 98.7%에 이른다. 혼자 집을 얻어 살려면 월급을 고스란히 월세로 내야 하는 셈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수도 마드리드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년들은 월세 상한선 설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월세에 뿔이 난 건 스페인 청년뿐이 아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도 이달 10일 청년들이 치솟는 월세와 생활비에 항의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학생 시위에서도 대학 기숙사 임대료 동결, 주거 보조금 인상 등 주거난 해결 목소리가 나왔다. 포르투갈에선 가계 소득의 82%를 월세로 내야 할 정도이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30세 미만 세입자 둘 중 한 명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낸다고 한다. ▷월세 부담이 커지자 ‘부메랑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독립했다가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모 집으로 되돌아간 자녀들을 뜻한다. 스페인 텐트 시위에 참가한 또 다른 청년은 “이력서를 내도 연락이 오지 않고, 결국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아예 독립조차 못 하는 청년도 많다. 스페인의 청년 독립률은 지난해 최저치로 떨어졌다. 상당수 유럽 청년들이 형편만 됐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월세를 잡기 위해 집을 더 지으려 해도 쉽지 않다. 유럽 대도시 도심에는 오래된 건물이 이미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건물은 함부로 손댈 수도 없다. 공원이나 녹지는 개발할 수 없게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다들 살고 싶어 하는 도심에는 집을 지을 땅이 거의 없는 것이다. 파리처럼 새 건물에 고도 제한을 둔 곳에선 고층 아파트를 지어 주택 수를 늘리기도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잇단 전쟁을 거치며 오른 공사비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려고 내놓은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스페인 정부가 장기 임대의 월세 인상 폭을 제한하자, 규제를 피해 몇 달짜리 단기 계약이나 관광객 상대 임대로 돌아선 집주인이 늘었다. 이미 세 들어 사는 사람은 규제 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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