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소연]떼인 돈에 우는 예술인들, 여전히 갈 길 먼 ‘권리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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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사태 재발 막으려 출범한 위원회 접수 사건 절반 이상이 ‘떼인 돈’ 구제 요청 전국 예술인 권리침해 조사관은 고작 5명뿐 피해 구제 감당할 조사 인력과 자원 늘려야 정소연 객원논설위원·변호사·SF 작가 2022년 9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고, 이듬해 1월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위원회’(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가 구성됐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는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 보장에 관한 사안이나 예술 활동 또는 예술교육 활동에서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구제 등을 심의·의결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 기구로, 출범한 지 이제 4년이 돼 간다. 내가 예술인권리보장위원으로 일한 지도 어느새 그만한 시간이 흘렀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출범 계기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문에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계 미투 운동’ 등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침해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문구가 있다. 예술인 권리보장의 핵심은 결국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에 있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법과 위원회를 만들었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개운치 않다. 가장 큰 아쉬움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 취지와 개별 예술인들이 당면한 현실 사이의 구조적 격차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건 같은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를 들었다. 또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 왜 못 했을까. 다른 일을 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그 다른 일이 무엇일까. 바로 예술인들이 돈 떼인 사건들이었다. 출연료를 못 받았다, 원고료를 못 받았다, 공연 참가자들이 아무도 돈을 못 받았다, 행사비를 못 받았다, 모델을 시켜 준다고 해서 돈을 내고 전속 계약을 했는데 사기꾼이었다, 소품 짚신을 20개 만들었는데 10개 값밖에 못 받았다, 전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예술사업자가 폐업했다, 연락을 받지 않는다, 돈 없다 우긴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예술 활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는 예술가들의 행렬이었다. 이런 사건 상당수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불공정행위 중 하나인 ‘예술인에 대한 적정한 수익 배분 거부·지연·제한’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1000건 이상의 사건 중 과반수인 57%가 이에 속한다. 분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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