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콤파뇨(가운데)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K리그1 홈경기에서 팀 2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한국영과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과거 전북 현대의 팀 컬러는 명확했다. 1골 넣으면 2번째 골을 노리고, 2골을 내주면 3골을 넣는 축구, 이른 바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 K리그1 5연패, 국내 최다인 통산 9차례 우승의 역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전북은 2% 아쉬웠다. 경기력도 좋지 않았고, 결과 또한 얻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2023년 이후 전북 지휘봉을 잡은 국내·외 지도자들이 올 시즌에 부임한 거스 포옛 감독 포함 4명이었다.
전북은 올 시즌 들어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9경기를 소화한 ‘하나은행 K리그1 2025’에서 4승3무2패(승점 15)를 수확해 4위를 마크하고 있다. 1경기 더 치른 선두 대전하나시티즌(6승2무2패·승점 20)과 2경기를 더 소화한 2위 울산 HD(5승2무4패·승점 17)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기록적인 수치들이다. 전북은 9경기에서 13골을 넣고 9실점했다. 득점은 대전하나(17골)에 이어 2위다. 실점 역시 울산·강원FC(이상 8실점) 다음으로 적다. 하위권을 맴돌다 가까스로 생존한 지난 시즌의 기록(49골·57실점)을 떠올리면 굉장히 안정적인 흐름이다.
전북 전진우(왼쪽)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K리그1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거스 포옛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닥공 DNA’를 깨운 이는 이탈리아 스트라이커 콤파뇨와 측면 공격수 전진우다. 둘은 나란히 5골을 기록했다. 팀 득점의 8할 이상을 도맡았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정규리그 9라운드가 인상적이었다. 전진우는 멀티골, 콤파뇨가 1골을 성공시켜 3-1 완승을 견인했다.
둘 모두 득점 부문 선두그룹에 속했다. 콤파뇨와 전진우는 공동 2위다. 그 위로는 10경기를 뛰고 7골을 터트린 대전하나의 국가대표 골게터 주민규가 유일하다. 그런데 전북 콤비의 골 순도가 더 높았다. 콤파뇨는 7경기(유효슛 11회), 전진우는 9경기(유효슛 10회)를 뛰었다.
전북이 부진했던 시즌을 돌이켜보면 확실한 골잡이의 부재가 컸다. 지난 시즌에도 끝내 화력이 불붙지 못한 건 주포 역할을 했어야 할 티아고가 부진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7골에 그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당시 득점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는 여름에 합류한 이승우(12골)가 유일했는데, 정작 전북에선 2골에 그쳤다.
전북은 2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와 정규리그 10라운드를 갖는다. 득점 페이스가 심상치 않은 콤파뇨-전진우 콤비를 주목해야 할 경기다. 최근 5경기 연속무패(3승2무)의 전북이 승점 3을 챙기면 확실하게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