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코스피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수혜를 봤던 업종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다. 특히 코스피 하락을 이끌었던 반도체주의 더딘 회복이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005930)를 연일 팔던 외국인들이 다시 사자로 돌아서 수급 반전 시 반등을 점치고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 선언에 하락
2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98포인트(0.55%) 내린 2520.3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장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발언이 전해지면서 코스피는 하락 출발했고, 장 마감까지 방향을 틀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내년)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에 유입되는 펜타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의) 추가 관세들에 더해 10%의 추가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언급에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트럼프 수혜로 수익률 최상위권을 포진했던 방산과 금융 등 업종에서 차익실현이 발생하면서 노이즈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회복 지연의 주원인은 반도체주
특히 코스피 하락 기여도가 높았던 반도체주들의 더딘 회복이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코스피는 이달 중순부터 상승흐름을 타면서 하락을 시작한 11월 4일(종가 2588.97) 대비 97%(이날 종가 2520.36) 수준까지 회복했다. 코스피는 11월 4~15일까지 6.6%의 가파른 하락을 마치고 18일 2%대 상승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4.3% 상승했다.
섹터별로 보면 조선, 에너지, 호텔·레저, 유틸리티, 기계, 은행 등의 순으로 하락 이전 수준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다. 조선은 11월 하락과 반등 기간 모두 상승하며 하락장에서도 27%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회복 수준이 저조한 섹터는 화학을 비롯해 철강, IT가전, 반도체 등이다. 회복 수준이 가장 저조한 섹터는 화학으로 하락 전의 83%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의 경우 하락 전 대비 94% 회복 수준을 기록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하락 기여도가 높았으나 반등에서는 상승 기여도가 낮아 코스피 회복 지연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전 순매수 전환…“외인 수급 반전 시 우호적”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이날 매수세로 전환, 외국인 수급 반전시 지수에 우호적 흐름이 예상된다.
외국인들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삼성전자를 12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3조1620억원어치 팔았다. 이후 15일 하루 12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가 11월 16일부터 25일까지 6거래일 동안 5852억원어치 팔았다. 이날은 545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재원 연구원은 “지난 15일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도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됐으나 이날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연초 이후 코스피 누적 외국인 순매도 대금이 삼성전자에 집중됐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수급 반전시 지수에 우호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각계에서 나오고 있는 ‘삼성 위기론’에 대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처음 언급한 점과 삼성전자가 이번주(27일) 사장단 인사를 전격 단행한다는 소식이 투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 주가 수준은 2010년 이후 최하단 수준이며 자사주 매입 공시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 등을 감안하면 주가 안정화 국면 진입했다”며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단기 실적의 방향성보다는 펀더멘털의 개선, 조직 개편 이후 기술 중심의 리빌딩 전략 실행 여부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