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대체거래소(ATS) 출범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넥스트레이드와 코스콤 간의 자동주문전송(SOR·Smart Order Router) 시스템 도입 경쟁이 외국계 증권사의 합류 움직임으로 다시 가열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 측에 ATS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동시에 SOR 도입과 관련해 코스콤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OR은 복수의 거래소 중 수수료·체결 가능성·주문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체결시키는 시스템이다. 지난 3월 ATS가 거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복수 거래소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ATS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상 ‘최선집행의무’를 부담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SOR 시스템을 필수로 도입해야 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SOR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며 선택을 마쳤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DB투자·LS·대신·신한투자·토스·카카오페이·한화투자증권 등 8개사는 코스콤의 SOR을 도입해 가동 중이며, KB·교보·미래에셋·삼성·유안타·하나·한국투자·현대차증권 등 8개는 넥스트레이드의 넥스트 SOR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SOR을 둘러싼 기술력과 신뢰도 등을 놓고 양측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른바 ‘1차전’이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 ‘2차전’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ATS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현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ATS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6개월 평균 거래량의 15% 수준으로 제한돼 있는 만큼 당장은 SOR 시스템 유치에 따른 수익이 크지 않지만, 향후 외국계 증권사 진출 등으로 기관 자금이 확대되고 거래량 제한도 완화될 경우에 대비해 넥스트레이드가 선제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참여와 함께 해외 기관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도 더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한 달(4월7일~5월7일) 넥스트레이드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 규모로,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거래대금(14조원) 대비 30% 수준에 육박한 상황이다. 다만 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 중 외국인 자금 비중은 아직 5% 남짓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ATS시장 참여와 관련해 SOR 시스템 도입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 고객의 문의가 있는 상태”라면서 “국내 진출 외국계 증권사 모두가 이미 코스콤의 PowerBASE 원장관리서비스를 이용 중인 만큼, SOR 역시 코스콤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원장시스템과 SOR 간 연동 과정에서 기술적 호환성이 높아 NXT 시장으로의 접속 및 매매는 당장 지원 가능하며, SOR의 경우 각 외국계 증권사의 매매 형태 수요에 따라 별도 서비스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코스콤 측 입장이다.
다만 넥스트레이드 측은 “다수의 외국계 증권사가 ATS시장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맞지만 어떤 SOR를 쓸 것인지 논의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SOR 시스템 도입에 대해선 “해외 본사에서 이미 이용하고 있는 SOR을 이용해야 한다는 외국계 증권사도 일부 있어 추후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국내 감독당국은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ATS 진출 시 SOR에 관련된 규정을 정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SOR 시스템 유치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으로 돌아온다기보다는 향후 ATS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 (넥스트레이드와 코스콤에서도)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깔아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증권사 입장에선 호환성이나 총거래비용 등 요건을 비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