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 우승 뺏길까봐 이 악물어”… 200m 막판 스퍼트 ‘대역전’

4 hours ago 2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
국제 남자부 우승 아세파… 39㎞부터 케냐 선수들과 3파전
“날씨 고려… 마지막 승부 작전 주효”
에티오피아 4년 연속 정상 올라… “3개월 고산훈련 끝 우승 감격”

에티오피아의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오른쪽)가 16일 열린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 국제 부문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아세파는 막판 약 200m 스퍼트로 케냐의 펠릭스 킵투 키르와(2시간5분44초)를 2초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에티오피아의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오른쪽)가 16일 열린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 국제 부문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아세파는 막판 약 200m 스퍼트로 케냐의 펠릭스 킵투 키르와(2시간5분44초)를 2초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케냐 선수들에게 우승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막판 스퍼트를 했다.”

에티오피아의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25)는 16일 열린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 국제 부문 남자부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정상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2시간5분4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아세파는 2위 케냐의 펠릭스 킵투 키르와(30·2시간5분44초)에게 단 2초 앞섰다. 아세파의 우승으로 에티오피아 마라토너들은 4년 연속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날 아세파는 레이스 막판 선두 그룹에서 홀로 케냐 선수들과 경쟁했다. 아세파는 39km 지점부터 키르와, 버나드 킵롭 코에치(37·케냐)와 3파전을 벌였다. 이번 대회 초청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은 코에치(2시간4분9초)가 가장 좋았고, 아세파(2시간4분42초)가 2위였다.

세 선수 중 가장 앞서 달리던 코에치가 41km 지점을 지나면서 페이스가 떨어지며 3위로 처졌다. 결승선을 200m가량 앞뒀을 땐 키르와가 선두, 아세파가 2위였다. 이때부터 아세파의 폭발적 스퍼트가 시작됐다. 아세파는 성큼성큼 뛰어 키르와를 제친 뒤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아세파는 레이스를 마친 뒤 구토까지 했다. 그는 “날씨가 춥고 비까지 와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레이스 초반에 치고 나갈까 고민도 했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선 3등 정도로 달리다가 마지막에 역전을 노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작전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날 선수들이 레이스를 시작한 오전 8시경 기온은 섭씨 6도였고, 골인 즈음 기온은 4.7도로 더 떨어졌다.

아세파의 선전으로 에티오피아는 서울마라톤 국제 부문 남자부에서 4년 연속 케냐를 따돌리고 우승자를 배출했다. ‘마라톤 강국’ 에티오피아와 케냐는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세계 최강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다. 역대 서울마라톤 국가별 우승 횟수에선 케냐가 11차례로 가장 많다. 에티오피아는 올해 우승을 포함해 통산 5차례 우승으로 이 부문 단독 2위가 됐다.

아세파는 통산 네 번째로 완주에 성공한 국제 대회인 올해 서울마라톤에서 첫 풀코스 우승을 차지했다. 아세파는 2023년 서울마라톤에선 2시간5분53초의 기록으로 3위를 했다. 지난해엔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했는데 부상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아세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국 고산지대에서 3개월 동안 집중 훈련을 한 끝에 첫 우승의 꿈을 이뤄냈다. 아세파는 “주말에는 아침과 저녁에 강도 높은 달리기 훈련을 했고, 평일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회인 서울마라톤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건강하게 완주하면서 에티오피아에 우승의 영광을 안겨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아세파는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 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