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민재는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팬들에게 인사했다. 당시 전민재의 인사 시간을 벌어준 주심 최영재 심판위원에게 그는 “홈플레이트를 쓸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스포츠동아DB
“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전민재(26)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친정팀인 두산 팬들에게 인사했던 장면을 돌아봤다.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는 25일부터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 원정 3연전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전민재는 “인사했을 때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조금 되긴 했다”며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다. 25일 경기에서 8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전민재는 2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며 주심인 최영주 심판위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당초 전민재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홈플레이트에 쌓인 흙먼지를 털던 주심은 그의 요청을 들은 뒤 한 차례 더 빗자루질을 하기 시작했다. 피치클록의 작동을 늦추기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전민재는 “타석에 들어가면서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홈플레이트를 한 번 더 쓸어주시더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민재와 함께 친정팀 나들이에 나선 정철원과 온도차도 흥미를 끈 장면이었다. 전민재가 인사한 이튿날인 26일 구원등판한 정철원은 마운드에서 1루 응원석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4-3으로 앞선 8회말 2사 후 김기연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에는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를 펼치다 갑자기 감정을 억누르듯 정색을 하기도 했다. 전민재는 “(정)철원이가 많이 침착해졌더라. 어퍼컷도 3번 할 것을 한 번밖에 하지 않고, 절제력이 좋아진 게 보였다”며 “난 성격상 그러고 싶어도 못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며 웃었다.
친정팀을 향해 예우를 갖춘 뒤에는 다시 냉정한 승부를 이어가야 한다. 전민재는 롯데에서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롯데에선 팀 내 비중이 부쩍 커지며 책임감도 더욱 커진다. 그는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며 “아직 야구장 밖을 돌아다닐 시간적 여유가 많진 않아서 부산의 야구 사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진 못했지만, 출근하는 길에도 남다른 관심을 느끼곤 한다. 한 분이라도 더 사인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출근도 일찍 한다”고 말했다.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