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中, 리창 대참 전달해”
표면상 이유 ‘일정 중복’이지만
브라질·인도 정상 만찬 영향도
G7회의 참석 등 ‘친미 행보’에
‘사실상 경고 메시지’ 해석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주 브라질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2006년 브릭스 출범 이후 미국 등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세력 확장에 집중해온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브라질·인도 등 주요 회원국의 최근 ‘친미 행보’에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브라질 정부에 “내달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다른 일정과 겹쳐 리창 국무원 총리가 대신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집권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불참 사유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1년도 안 돼 두 번 만났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한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올해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포럼에서 룰라 대통령과 만났다.
다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룰라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 만찬에 초대한 점이 진짜 불참 이유라고 SCMP는 짚었다. 시 주석이 이번 행사에서 ‘조연’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오랜 앙숙 관계이기도 하다.
시 주석 참석에 공을 들여왔던 브라질 정부는 실망감을 감추기 못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며 국제 규칙을 어겼다면서 시 주석의 이번 정상회의 참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불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는 브라질과 노골적으로 ‘친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읽힌다. 브라질과 인도 두 나라 정상은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그 중 인도는 미국과 손잡고 파키스탄 분쟁에 대응 중이다.
브라질과 인도의 소극적인 태도도 시 주석의 불참을 유발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서기 위해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결속력을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브릭스를 핵심 도구로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브라질과 인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은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신규 회원국을 확대하자고 했지만 룰라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신중론을 펼치며 반대했다. 이에 따른 갈등이 불거지자 당시 시 주석은 포럼에서 예정된 연설을 돌연 취소했다. 연설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대신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의장국인 브라질을 포함해 중국, 러시아, 인도 등 10개국이 참여한다. 룰라 대통령과 모디 총리 외에 주요 정상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글로벌사우스 간 협력 강화와 미국 달러에 대항하는 자체 통화시스템 구축, 보호주의 반대 및 다자주의 수호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브릭스는 2006년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로 출범했다. 2011년 남아공에 이어 지난해 1월 이집트·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가 가입했다. 올해 1월에는 인도네시아가 정식 회원국이 됐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