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간 트럼프, ‘GDP 5% 국방비’ 도장 받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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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國 정상 “2035년까지 5%” 합의
한국 등 亞동맹국 압박도 거세질듯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하는 트럼프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념 촬영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앞줄 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이그=AP 뉴시스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하는 트럼프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념 촬영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앞줄 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이그=AP 뉴시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 25일(현지 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줄곧 GDP의 5%를 국방비로 쓰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32개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를 갖고 2035년까지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비용 1.5% 등 총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나토에서 공식적으로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지침이 합의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 국방부는 ‘국방비 5% 룰’이 아시아 동맹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 도중 ‘집단안보’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 준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조항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지지하지 않는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같은 질문엔 “당신이 (5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며 확답을 피한 바 있다. 이에 대외 군사 개입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이 침략당했을 때 공동 대응을 규정한 집단안보 준수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나토 정상들이 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합의하자 5조 준수 의지도 보다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 집단방위 확답않던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뒤에야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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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하위스턴보스궁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해 축배를 들고 있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 준수를 묻는 질문에 “(이 조항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같은 질문에 확답을 피했고, 다른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헤이그=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하위스턴보스궁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해 축배를 들고 있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 준수를 묻는 질문에 “(이 조항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같은 질문에 확답을 피했고, 다른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헤이그=AP 뉴시스
“(나토 헌장 5조를)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합의문 발표 뒤 이같이 밝혔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나토 운영의 핵심 조항 또는 존재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조항의 준수 여부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24일 헤이그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선 이 조약을 준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5조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에 따라 그가 나토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실상 부인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증액을 공식 합의하고 나서야 집단 방위 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5조 준수 여부를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유인책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일단 안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 뒤 헌장 5조 지지 밝혀

25일 나토 정상들은 회의 전 예고대로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올리는 데 공식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국가들을 방어할 것인가’란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물론이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겠나”라고 답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는 역사적인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는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약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 증액에 합의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5조 준수 여부를 ‘지렛대’로 삼은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유럽 국가들은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추려 애썼다.유럽 언론들은 헤이그에 24시간도 머물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이날 정상회담 토론 시간이 2시간 반으로 단축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방 지도자들은 모두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로 악명 높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며 “이틀간 진행될 나토 정상회의는 그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축소됐다”고 전했다.

● 뤼터 “유럽 국방비 지출 증액, 당신의 승리”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노골적인 ‘트럼프 띄워주기’에도 나섰다. 칭찬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뤼터 사무총장의 메시지엔 “당신은 수십 년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룰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리는 쉽지 않았지만, 모두가 (국방비 목표) 5%에 서명하도록 이끌었다! 유럽은 마땅히 그래야 하듯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이는 당신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나토 회원국들은 성명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히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군사 지출 관련 논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으로 인해 그늘에 가려질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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