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시간 비행 B-2 조종사, 소변 주머니 차고 ‘한밤의 망치’ 작전

7 hours ago 2

‘극한의 임무 수행’ 관련 증언 나와
간이 침대서 3, 4시간 번갈아 쪽잠… 핫도그 데워 먹거나 샌드위치 식사
“2만7000kg 벙커버스터 투하 땐, 비행기 잠시 상공으로 솟구쳤을것”

21일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B-2 전략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21일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B-2 전략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에 투입된 미국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조종사들의 임무 수행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B-2 조종사들은 조종석 뒤에 설치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주로 고양이 모래가 담긴 ‘소변 주머니’를 이용해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벙커버스터 투하 순간 붕 떴을 것”

2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B-2 조종사들의 훈련과 생활은 전용 격납고가 위치한 미국 중부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B-2들도 모두 이곳에서 이륙해 대서양을 건너 이란으로 향했다. 7대의 폭격기에 대당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했고 미국에서 이란까지 왕복 37시간 동안 비행했다. 폭격기마다 6만 파운드(약 2만7000kg)에 해당하는 벙커버스터 GBU-57 폭탄 2개를 실었다. GBU-57이 실전에서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9년간 B-2 조종사로 복무했던 스티븐 배셤 전 미군 유럽사령부 부사령관은 “벙커버스터는 B-2 조종사들이 주로 투하하는 정밀 유도탄에 비해 훨씬 무겁다. 투하하는 순간 비행기가 잠시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라며 이번 작전에 참여한 조종사들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 장거리 작전 땐 3, 4시간씩 교대로 쪽잠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총 44시간 동안 B-2를 몰아 역대 최장 시간 비행 임무 기록을 세운 미 공군 예비역 대령인 멜빈 디에일은 CNN에 “보통 출격 직전까지도 정확한 작전 시간 계획을 통보받지 못한다. 출격 3, 4시간 전에야 작전 브리핑이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각 비행기에 탑승하는 조종사들은 1인용 간이침대에서 3, 4시간씩 번갈아 쪽잠을 잔다. 이착륙, 공중 급유, 적국 영공을 비행하는 중에는 두 명 모두 반드시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디에일은 과거 의료진이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조종사들에게 ‘고 필(go pill)’이라고 불리던 각성제 ‘암페타민’의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며 “해가 질 때 복용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현재는 공군 의료진이 조종사들의 수면 일정을 미리 조정시킨다고 전했다.

● 전자레인지도 있지만 화장실은 열악… “모래주머니 의존”

군사전문채널 뉴스위크 언컨벤셔널이 촬영한 영상 속 B-2 스텔스 폭격기 조종석. 조종사들 뒤로 간이침대, 화장실 등이 설치돼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군사전문채널 뉴스위크 언컨벤셔널이 촬영한 영상 속 B-2 스텔스 폭격기 조종석. 조종사들 뒤로 간이침대, 화장실 등이 설치돼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조종사들의 생리현상을 관리하기 위한 영양 섭취도 중요한 요소다. 조종석 뒤엔 소형 전자레인지가 있어 핫도그와 칠리를 데운 ‘보머도그(bomber dog)’ 같은 음식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조종사들은 가열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배셤의 경우 통밀빵에 칠면조 고기를 넣고 치즈는 제외해 최대한 염도를 낮춘 샌드위치를 주로 먹었다. 칸막이 없이 화학물질로 냄새를 막는 간이 화장실도 설치돼 있다. 디에일은 “혹시나 화장실이 넘칠까 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모래를 채워 제작한 소변 주머니를 주로 썼다”며 얼마나 많은 주머니가 쌓이는지를 세어 가며 수십 시간의 비행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빈스 밴스와 더 밸리언츠’의 노래 ‘이란 폭격’과 B-2 스텔스 폭격기의 모습을 엮어 만든 57초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게시했다. 미국 내에서 반(反)이란 감정이 극심했던 1980년 나온 이 노래는 “이란 폭격, 폭격, 폭격”, “핵으로 때려버리자” 등 자극적 가사가 포함돼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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