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희귀금속 가격…웃고 있는 제련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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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배터리, 첨단 무기 등을 제조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희귀금속 안티모니와 비스무트, 인듐 등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선 영향이다. 중국은 이들 금속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광에서 안티모니 등 희귀금속을 뽑아내는 기술을 가진 고려아연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치솟는 희귀금속 가격…웃고 있는 제련업계

13일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반도체와 방탄유리, 탄약 제조 등에 쓰이는 비스무트는 지난달 5일 ㎏당 77.16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3일 13.23달러에서 두 달여 만에 여섯 배가량 올랐다. 비스무트는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며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스무트 가격 상승은 지난 2월 4일을 기점으로 가팔라졌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자 지난달 4일 비스무트와 인듐, 텅스텐 등 5개 희귀금속의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탄약과 미사일, 포탄 제조, 난연재 등 ‘산업의 조미료’로 쓰이는 안티모니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작년 1월 19일 t당 1만3300달러이던 안티모니는 지난달 5일 6만2000달러로 1년 만에 4.7배 올랐다. 작년 9월 중국이 수출 통제에 들어간 이후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태양광 패널 등에 쓰이는 인듐 가격은 1년 전 t당 260달러에서 지난달 5일 400달러로 53.9% 상승했다.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방산 등 국내 주요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주요 기업은 희귀금속 비축 물량을 점검하는 동시에 중국 외 수입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세계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최대 142%로 높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분쟁이 생길 때마다 희귀금속 수출 통제를 압박 카드로 사용했다. 이번에도 희토류 등의 수출을 더 옥죌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도 있다. 아연과 구리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안티모니와 인듐, 셀레늄 등을 부산물로 얻는 고려아연과 LS MnM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연 2000억원 정도의 추가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납) 정광에 포함된 극소량의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부터 안티모니를 생산하기 시작해 2007년 삼산화안티모니 공장을 준공했다. 2014년엔 안티모니 증설 투자를 결정하고 습식 제련 공법을 적용했다.

지난해 기준 생산량은 3604t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생산량을 최대 4000t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국의 연간 안티모니 수요량(4000t)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안티모니에서만 1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12억원)의 12배에 육박한다. 이후에도 안티모니 가격이 올라 현 가격 수준이라면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생산 중인 인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듐은 올 들어 지난달 5일까지 ㎏당 380달러에서 400달러로 5.3% 올랐다. 작년 1월 3일(㎏당 260달러)과 비교하면 53.9% 상승했다. 인듐은 스텔스 전투기 등에서 전자파 흡수 물질로 사용될 뿐 아니라 반도체 기판과 태양광 패널, 디스플레이 패널 등에도 쓰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인듐으로 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억원에 불과했다. 연간으로 보면 3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희귀금속 무기화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 관세를 끌어올리자 2023년 8월 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재료인 갈륨과 열감지기 등에 쓰이는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했다. 그해 12월에는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을 금지했다. 작년 9월부터는 안티모니 수출도 막았다. 최근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텅스텐과 비스무트, 인듐 등의 수출 통제 조치도 발동했다.

김우섭 기자

희귀금속
생산량이 적고 생산지가 한정된 금속. 미사일 등의 필수 소재인 안티모니, 반도체와 2차전지 등에 쓰이는 리튬 및 몰리브덴, 희토류(란탄, 디스프로슘 등 17종)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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