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달리기하고, 춤을 추고, 텀블링(공중제비)을 하며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새로운 능력을 발견해 화제다. 바로 카메라맨이다. 아틀라스는 무거운 촬영 기기를 오랫동안 들고, 어색하지만 관절을 사용해 광고 촬영을 도왔다.
10일 카메라 전문 매체 페타픽셀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마케팅회사 WPP와 협력해 자동차 광고 촬영을 진행했다. 이번 촬영을 위해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캐논, 엔비디아 등과 협력했다. 아틀라스는 어색하지만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어 올려 촬영을 도왔다.
촬영 감독 브렛 댄튼은 “아틀라스가 반복 촬영과 장시간 촬영에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트랙에서 움직이는 무거운 로봇 카메라 팔과 비교해 아틀라스는 이동이 자유로웠고, 심지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화산이나 동굴 등 위험한 환경에 가까이 다가가야 할 때가 있다. 로봇이 이런 상황에 투입되게 되면 잠재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한계는 있다. 아틀라스가 한 환경을 이해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촬영에 엔비디아가 함께한 것도 이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엔비디아가 올초 공개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전용 플랫폼인 ‘코스모스’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로봇에 ‘가상 훈련장’을 제공한다. 비싼 돈을 들여 행동 데이터를 따로 생산하지 않더라도 가상 환경에서 로봇 AI 학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수석 마케팅 매니저인 바체 아라비안은 "아틀라스는 인간의 창의력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증강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외에도 로봇 개 '스팟'과 창고 자동화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8억8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4년간 미국에 투입하기로 210억달러 중 상당액이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구매 등에 쓰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