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를 위한 항체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처방이 본격화되자 국내 의료진들이 사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의료진들은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등 대한치매학회 소속 1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돕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권고안엔 약물 투약 대상자 선정, 투약 전 필요한 검사와 준비, 투약 방법, 약물과 관련된 이상 반응 모니터링 및 대처 방안, 환자 및 보호자 상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레켐비는 경도인지장애(MCI)와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된 질병조절치료제이다. 2023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한국에서도 지난해 5월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후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본격적으로 처방이 시작되고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에 직접 작용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첫 번째 치료제다.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 생긴 플라크를 제거해 신경세포 손상을 늦춰준다.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레켐비 허가용 임상시험(Clarity AD)에 따르면 18개월 투여 결과 이 약은 인지기능 악화 속도를 27% 늦춰줬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일상생활 수행 능력 개선 등의 효과도 확인됐다.
약물 주입 관련 이상 반응(26.3%),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12.6%) 등이 부작용으로 보고됐다.
이번에 공개된 권고안에 따르면 레켐비는 경도인지장애(MCI)나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 뇌 아밀로이드 생체표지자 양성 환자 등을 대상으로 투약해야 한다. 투약 전엔 ARIA와 관련한 아포지단백E(APOE) 유전자형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투약 용량은 10㎎/㎏로 2주마다 정맥주사해야 한다. 정맥 주입 시설과 전문 인력,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투여해야 한다.
심각한 약물 과민증이 있는 환자, 금속임플란트를 했거나 폐소공포증이 있어 MRI 촬영이 불가능한 환자, 출혈성 뇌질환이나 항응고제 사용 환자는 사용해선 안된다.
박 교수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마련한 약물"이라며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질병의 악화와 환자의 일상능력 저하를 지연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잠재력을 보유한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학회 등 관련 전문의들이 추가 연구와 모니터링을 통해 최적의 사용법을 제시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