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은행권 콜라보 통장을 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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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은행권 콜라보 통장을 보는 엇갈린 시선

얼마 전 한 저축은행이 편의점과 협업해 연 22%의 최고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금리가 연 22%인 적금 상품에 매달 10만원씩 납입하면 이자만 세후 12만원 넘게 받을 수 있다. 실제 가입하려고 따져 보니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해당 저축은행의 모바일 앱에 매일 출석체크를 해야 했다. 또 연 22%라고는 하지만 한 달이 만기였다. 더구나 매일 납부할 수 있는 적금액은 5000원 또는 1만원에 그쳤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다 충족하고도 매일 1만원씩 적금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2800원에 불과했다.

최근 은행권이 일반 기업과 협업한 다양한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콜라보 통장’이다. 국민은행은 스타벅스와 함께 KB별별통장을 내놨고, 하나은행은 중고 플랫폼 당근과 당근머니 하나통장을 선보였다. 다른 시중은행도 브랜드와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콜라보 금융 상품을 내놓는 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도 가능하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은행권의 이자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은행이 정작 중요한 이자 경쟁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내리는데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아래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예금 금리는 발 빠르게 내렸다.

그렇다고 콜라보 통장이 금융 소비자에게 진짜 혜택을 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스타벅스 제휴 통장인 KB별별통장은 기존 급여 이체 이력이 없는 고객이 해당 통장으로 매월 합산 50만원 이상 입금해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1장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이 현대백화점과 내놓은 더현대하나더 적금은 만기 금액을 현대상품권으로 교환하지 않으면 추가 우대금리(연 4%)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물론 은행 상품과 서비스는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은행권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콜라보 금융 상품을 제외하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콜라보를 통한 화려한 포장에만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금융소비자가 은행에 가장 기대하는 건 이벤트성 마케팅이 아니라 합리적 금리와 조건을 갖춘 건강한 이자 경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은행업의 본질에 맞닿은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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