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에 뛰어든 각 당의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세종 이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당의 충청권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지난 19일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임기 안에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김동연·김경수 후보도 각각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겠다”거나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세종에서 근무하겠다”고 했다.
상대편인 국민의힘도 비슷한 약속을 내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민 환원 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꾸리겠다고 했다.
이런 공약에 기시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서 서울에 남아 있는 중앙부처를 모두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처음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대선 때마다 20년 넘게 반복된 장면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런 약속이 나오는 것은 ‘캐스팅 보트’인 충청권에서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입법·행정 기관의 세종 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 같은 거대 담론으로 포장하기도 좋다.
하지만 세종에서 국회가 본회의를 열었다거나, 대통령이 세종집무실로 출근한 사례는 아직 없다. 세종 이전 공약들이 공염불에 그친 건 왜일까. 막상 국회나 대통령실을 옮기자니 수도권 유권자들의 반발이 부담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통령으로서 5년이라는 짧은 임기 안에 집무실 문제로 정치적 여력과 예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클 것이다. 서울을 관습헌법상 수도로 인정한 2004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문제라면 애초에 공약을 내걸 이유가 없다.
이런 ‘무담보 약속’으로 애먼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선 주자의 입에 ‘세종 이전’이 오르자 지난달 세종 아파트 거래량(735건)은 전달보다 두 배 급증했다. 호가는 3년 새 최고가보다 1억원 넘는 수준에 형성됐다. 주식시장도 출렁였다. 충청권 기반 건설사인 계룡건설은 21일 세종 이전 이슈를 타고 상한가를 찍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세종 이전을 구호로만 외치는 건 그만해야 한다. 그보단 언제 어떻게 옮겨갈지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세종 이전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각오도 내놔야 한다. 더 이상 수도 세종 이전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받아들이는 유권자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