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주행동주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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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주행동주의의 두 얼굴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끝났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2687개 중 1761개가 3월 넷째 주(3월 23~29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올해 슈퍼주총데이는 지난달 28일로, 이날 601개사가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처럼 한국은 3월이 시즌인데, 미국은 1월부터 5월 사이, 유럽은 주로 4~5월, 일본은 6월에 집중돼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2023~2024년 미국과 아시아(일본과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그 전보다 크게 늘었다. 2024년 주주행동 대상 기업은 미국이 592개로 1위를, 일본은 97개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66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는데 주주활동은 세계 3위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으로 행동주의 활동이 위축됐다. 행동주의자의 주주 제안은 임원 선·해임, 거버넌스, 환경, 임원 보수, 배당 확대 등에 집중됐다.

최근 행동주의 활동의 특징은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공격해 강제 퇴직시키는 일이 잦아진 점이다. CEO 사임 요구가 최후 수단이라는 불문율이 깨졌다. 미국은 2024년 행동주의자의 압력에 따라 사임한 CEO가 67명으로, 2023년(24명)의 2.8배로 증가했다. 임기 만료 등으로 교체된 CEO는 2023년 882명에서 2024년 779명으로 줄었다. CEO를 타게팅하는 것은 존재감 없는 이사보다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CEO를 공격함으로써 충격을 주는 디지털 마케팅 수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3월 오스코텍 창업주 김정근 대표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고, 2월에는 아미코젠 창업주 신용철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해임됐다. 남의 일이 아니다.

행동주의자의 이사회 진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29명, 7명의 이사가 이사회에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도 36명과 45명, 캐나다에서는 44명과 48명이 선임됐다. 한국에서는 2023년 34명, 2024년 22명이 이사 자리를 획득했다. 2021년에는 고작 10명이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행동주의자는 올해 4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총 164건의 주주 제안을 상정했다. 이 중 임원 선임 및 이사회 구성 관련 안건이 91건(55.5%)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정관 변경, 주주 환원, 기타 순이었다. 정관 변경 요구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장 많은데, 이사회 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DI동일에서 2명의 이사를, 고려아연에서도 3명의 사외이사를 진입시켰다. 소액주주연대는 티플랙스에 상근감사를, 유엑스엔에는 사외이사를 포진시켰고 티웨이항공에서는 이사회 참여를 기획하고 5월 주총을 기다리고 있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는 콜마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에이치피오는 행동주의펀드 스트라이드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코웨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상정했지만 그 후보가 이미 두 곳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터라, 두 군데까지만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게 돼 있는 상법 시행령 위반으로 자진 사퇴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행동주의자의 이사회 진입을 막을 도리가 없지만, 회사가 내규로 이사 자격 요건 중 전문성을 강화해 공시하는 소극적 방법이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최근 이런 종류의 내규가 효력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선 예비 후보들은 상법 개정, 집중투표제 활성화, 주 4.5일 근무 같은 것을 공약이라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기업이 소멸하고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주가지수 5000, 주 4.5일 근로는 꿈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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