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법원 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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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3 17:40 수정2025.04.23 17:40 지면A31

부부 사이 강간 인정(2013년),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보톡스 시술 허용(2016년),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재(2024년)…. 기존 판례나 사회적 통념을 뒤집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들이다.

[천자칼럼] 대법원 전원합의체

전합은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재판부를 뜻한다.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는 대법관을 뺀 12명과 대법원장 등 총 13명이 참여하는 게 보통이다. 일반적인 대법원 재판부(대법관 4명)보다 참여 인원이 3배가량 많다. 경력이 짧은 대법관부터 시작해 대법원장이 마지막에 표결한다. 전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수 의견에 따라 판결이 내려진다.

전합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때 소집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처럼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사건도 전합으로 넘어간다. 공정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다. 전합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리의 엄밀성보다 상황 논리에 방점을 두고, 타협적 판결을 내는 경우가 적잖다는 지적이 따라다닌다.

대법원은 그제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합으로 보내기로 했고, 이틀 만인 오늘 두 번째 합의기일을 연다. 이례적으로 빠른 진행이다. 이번 판결의 관건이 속도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징역 1년·집행유예 2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대통령 선거일인 6월 3일 전에 빠르게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선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까지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적용해 재판을 정지할 것인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지침 없이 하급심으로 사건을 내려보내면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게 된다. 무거운 책임을 진 대법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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