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리콘밸리식 규제 프리존 '메가 샌드박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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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3 17:39 수정2025.04.23 17:39 지면A3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어제 국회미래산업포럼에서 현재의 ‘규제 프리존’을 두세 개 광역 시·도 단위로 확장하는 ‘메가샌드박스’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광역 단위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 클러스터를 선정해 사실상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고 교육과 인력, 연구개발(R&D) 인프라를 한꺼번에 제공하자는 게 골자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클러스터와 비슷한 개념이다. 최 회장은 수출 중심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기존 정책과 규칙을 완전히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기존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 완화 등의 특례가 일정 기간 특정 프로젝트에만 적용돼 기대만큼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자율주행 등 신산업에 뛰어든 기업은 미국,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규제 해소와 인프라 지원을 요구해왔지만 규제 격차가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메가샌드박스는 정부가 정한 틀에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투자 촉진과 지역 활성화 등을 위해 지정한 전국의 ‘특구’가 1000개에 달할 정도로 과다한 것은 문제다. 나눠주기식 지정이 이뤄지면서 243개 지자체 한 곳당 평균 4.1개의 특구를 갖고 있고 관련 법령만 50개가 넘는다. 어떤 특구가 어떤 목적으로 지정됐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메가샌드박스 도입을 논의하면서 기존 특구의 통폐합 등 실효성 있는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회미래산업포럼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치권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발족한 국회 싱크탱크 성격의 모임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의원 20여 명이 발족식에 참석했다. 규제의 틀을 바꾸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키우고 지역 경제를 살리며 일자리를 늘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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