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공공기관 지정 기준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소속 모 공무원은 ‘기타 공공기관 지정 기준’을 묻는 말에 “업종과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렇게 답변했다. 기타 공공기관 지정이 기재부 공무원의 재량 범위에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해마다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우리는 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 다른 기관은 공공기관에서 배제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함을 털어놓는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여러 가지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정확한 기준을 모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기업(31곳), 준정부기관(88개), 기타 공공기관(243개)으로 분류된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는 공공기관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유관기관으로 등록된다. 공운법에 따른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 또는 관할 부처로부터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다. 경영 실적, 정원, 임직원 보수 등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세하게 공시한다.
같은 공공기관인데도 공직유관기관은 이런 의무가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공운법상 공공기관은 330곳 안팎으로 크게 변하지 않지만, 공직유관기관은 연평균 50곳 이상 불어난다. 지난 7월 기준으로 1196곳에 달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9일부터 ‘무한 증식하는 공공기관’ 기획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공공기관 선정 기준이 불투명하면 경영을 잘하기보다 정치권이나 기재부 등에 로비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국회도 이런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최병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8월 검토보고서에서 “공공기관 지정 요건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사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기재부의 재량이 많아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통폐합이 본격화하면 공공기관은 기재부 눈치를 더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라”고 지시한 후 기재부의 공공정책국 전현직 공무원을 찾는 공공기관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월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정부의 성장 전략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부처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공기관 지정 기준도 숨기는 공무원을 부하로 두고서 부총리의 이런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규제 기준을 모호하게 세우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이를 통해 권한을 행사하려는 공무원의 ‘그림자 규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