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500억달러 강요, 비자 100배 인상…'갈수록 태산' MAGA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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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21 17:32 수정2025.09.21 17:32 지면A35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어제부터 1인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100배 증액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상 변화를 넘어 미국 노동시장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이뤄진 ‘아메리카 퍼스트’의 폭주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을 위한 H-1B 비자 수수료 폭탄은 미국 내 기업에 외국인 대신 자국 인력 채용을 압박하는 조치다. 트럼프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위대하게) 진영은 기업들이 H-1B 비자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노동자를 들여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진행된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나 자국민 일자리 보호와 맥을 같이한다. 인도,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미국 취업을 준비해 온 우리 젊은이에게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이뿐만 아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3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지난 5년간 세계 해외직접투자(FDI) 총액(3489억달러)과 역대 대미 FDI(2563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이 막대한 외화를 트럼프 임기 안에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과 거시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정부의 호소에도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한국은 경제 규모(GDP)와 외환보유액에서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이번 투자는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할 수도 있는데, 미국은 이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국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지난 2분기 한국이 미국에 낸 관세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인 33억달러로,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4분기보다 47.1배 급증했다. 2분기 들어 보편관세(10%)와 자동차 철강 등 품목관세를 적용받은 탓이다. 이대로면 한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자명하다. 이에 더해 우리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산업 공동화, 고용 위축 등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한국은행)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동맹국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돈만 밝히는 나라가 돼가는지 보수·진보를 떠나 혀를 차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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