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눈뜨면 늘어나는 자문위원…배보다 배꼽 커지는 국정기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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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눈뜨면 늘어나는 자문위원…배보다 배꼽 커지는 국정기획위

서울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국정기획위원회 정문 앞에는 매일 ‘현판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 선임된 국정기획위 자문위원이다. 국정기획위는 크게 기획위원, 전문위원, 그리고 자문위원으로 구성된다. 기획위원은 이재명 정부 5년의 국정 방향을 짜는 각 분과에 소속돼 국정 과제를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문위원은 각 부처에서 파견 온 국장이나 대학교수 등 실무자들이다. 자문위원은 그 밖의 전문성을 필요로 할 때 수시로 위촉한다. 국정기획위에 상주하며 매일 회의에 참여하는 기획위원이나 전문위원과 달리 자문위원들은 비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소위 거마비로 불리는 회의 참여비를 보수로 받는다.

이런 자문위원 중에는 실제 자문 수요가 있어 위촉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국정기획위 참여 경력을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새 정부 정책의 큰 틀을 조각하는 국정기획위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각 분야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최근 “나도 국정기획위 자문위원에 선정됐다”는 SNS 인증 글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4일 기준으로 자문위원은 150명에 이른다. 기획위원(55명)의 세 배에 달한다. 한 전문위원은 “어느새 자문위원 수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 같다”며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기획위원과 전문위원은 출범과 동시에 명단이 알려지고, 소관 법률에 업무 범위와 숫자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하지만 자문위원은 별다른 규정이 없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전체 명단이 공개되지도 않는다. 내부 위원들의 ‘추천’만 있다면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추가로 임명될 수 있는 구조다.

국정기획위에 들어온 자문위원들끼리 위원회 내에서 한 자리 차지하려는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한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각종 태스크포스(TF)에 들어가려는 자문위원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위원장실로 오는 상황”이라며 “컨트롤이 힘들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예산은 행정안전부 예비비에서 나온다. 자문위원들의 거마비는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폭넓은 자문과 제언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자문 수요를 넘어 무분별한 ‘자문위원 임명장’ 남발은 피해야 할 일이다. 특히 국정기획위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자리씩 하는 곳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문위원 위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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