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 재편을 원하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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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리처드 닉슨 이후 가장 중대한 외교정책을 펴는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방식이 취임 5개월 만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정치에서 ‘절제’는 없다. 그는 미국 내에서 가능한 많은 행정 권력을 쥐려고 하며,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지만 그는 미국을 국제사회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

권력 집중을 원하는 트럼프

세계질서 재편을 원하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다자기구를 경멸하며, 국제 법정은 무시해도 된다고 본다. 전쟁을 진심으로 싫어하지만 미국의 경제적·기술적·군사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 국익을 추구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그는 권력 집중을 원한다. 경제학자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국내외에서 전례 없는 권한을 그의 손에 쥐여줬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그가 다자무역체제를 붕괴시켰다고 비판한다. 트럼프가 양자 협상을 통해 다자체제보다 더 나은 거래를 얻으려는 도박이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의 목표가 미국의 경제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극대화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의 유럽 정책에선 절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 유럽 선거에 대한 개입과 무역 관계 파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발언 등은 유럽 전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가끔은 강하게 나가야 하는 아빠”라고 비교해 비판받기도 했지만,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아빠’ 역할을 하고 있고,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더 많은 굴레를 유럽에 씌웠다.

중동에서도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을 재확립하기 위해 자유롭고 광범위한 정책을 펼쳤다. 이란을 폭격하고, 이란 최고지도자의 생명을 위협한 것부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대거 이주를 제안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경고한 일까지 초강경 노선을 걸어왔다. 세계는 하나의 무대이며, 트럼프는 그 무대 한가운데 서 있기를 원한다.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중앙아프리카와의 핵심 광물 협정, 걸프 국가들과의 인공지능(AI) 협력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긴밀히 결합하고자 한다.

전통 거스른 '개입주의'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부정적인 수정주의 국가 중 가장 약한 상대인 이란에 강한 타격을 가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적 입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와 베이징에도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유럽이 재무장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힘과 미국의 야심 찬 대통령이 통제되길 바라는 강대국이다. 두 수정주의 국가는 트럼프가 유럽에서 미국의 지위를 강화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식 야망을 위협으로 간주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시도든 방해하려 할 것이다. 경쟁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럼프는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며, 그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퇴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원제 ‘Trump Seeks to Remak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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