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국 바이오 기업 우한허위안바이오테크놀로지가 중국 증권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달 18일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에 해당되는 ‘성장 계층(Growth Tier)’ 제도가 신설된 지 2주 만에 나온 첫 사례다. 성장 계층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상장시키는 제도다.
우한허위안은 식물 유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아직 상용화한 제품이 없는 적자 기업이지만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이번 상장으로 35억위안(약 6626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우한허위안과 비슷한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은 상장에 실패했다. 포스텍 창업 기업인 바이오앱은 식물 세포 내에서 고효율로 단백질을 생산해 백신과 고부가가치 의료용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식물에서 생산한 세계 최초의 돼지열병 백신을 내놨다. 그럼에도 기술성 평가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까지 무산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신약 개발 및 임상, 인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바이오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신약 후보물질 보유 건수 2위를 차지하는 등 바이오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다만 상장 분야에선 여전히 허들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후보물질을 자체적으로 상업화하기보다는 주로 글로벌 제약사에 조기 이전하는 것도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었다. 성장 계층 제도는 이 같은 중국 바이오산업 발전의 걸림돌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중국의 바이오산업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신약 후보물질 보유 건수 3위 국가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규제 완화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국가의료보장국(NHSA)은 항체약물접합체(ADC),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등 고가의 신약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풀어 제약사가 혁신 치료제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바이오 USA’ 행사에서 “K바이오가 3∼5년 내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규제 완화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네거티브 규제’를 바이오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더 이상 규제 사슬을 달고 레이스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