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칼럼]좀비가 되어버린 국민의힘, 다시 태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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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우원식 등 총출동한 김어준 콘서트
민주당 정권 ‘인물 저수지’의 본질 보여줘
국힘은 차기 대권과 무관한 대표 추대해
윤석열 완전 청산과 세대교체 전권 줘야

이기홍 대기자

이기홍 대기자
문재인 우원식 김민석 정청래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지난 주말 인천에서 열린 김어준 콘서트는 상당수 국민이 잠깐 잊고 있었을 ‘이재명 저수지’의 본질을 상기시켜 준다.

대선은 대통령 한 사람만 뽑는 게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논에 물을 댈 저수지(인재 Pool)를 선택하는 일이다. 유권자가 김문수, 이준석 저수지 대신 ‘이재명 저수지’를 택함에 따라 이재명과 민주당이 지닌 인물 저수지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5년간 공직을 차지하거나 권력 주변에서 입김을 미치게 됐다.

그 저수지 속에는 위성락(국가안보실장) 정성호(법무장관 내정자) 같은 온건하고 신망 높은 인물들, 그리고 이번에 등용된 기업인들 같은 테크노크라트들만 있는 게 아님을 김어준 콘서트는 새삼 일깨워 준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저수지에는 십수년간 온갖 음모론과 괴담을 확산시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격해온 선동 선전가들, 백낙청류의 원탁회의 멤버들, 민노총 전교조 시민단체들, 경기동부연합 출신들, 문재인 정권에서 단물을 빨아먹은 운동권 출신 정치꾼 등이 헤엄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신중하게 붕어 잉어 위주로 첫 조각을 했지만 물속에는 블루길 배스 등 미칠 듯한 포식력을 지닌 생태계 파괴형 잡어들, 괴어(怪魚)들이 자기들 세상이 도래했다며 흥분해 지느러미를 퍼덕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이제 나 하고 싶은 대로 다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에 빠져 ‘피곤한 균형잡기’를 팽개치는 순간 잡어들이 우수수 수면 위로 튀어 오를 것이다.

권력자가 절제하고 균형을 잡는 것은 고도의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제왕으로 변질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위태로운 균형 행보는 언제 깨질지 모른다. 이 정부가 그런 실패의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 필요한 게 강한 야당의 존재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대변해야할 야당은 좀비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차라리 소멸되면 처음부터 다시 재건을 할 수 있는데 지역 텃밭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어 소멸도 안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재기 과정을 일부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일극 체제를 만들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질주해 왔다. 물론 이재명 정권 탄생은 99%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공헌이지만, 자신들을 무소불위 절대 권력자로 착각해 황제놀음에 빠져 있던 ‘광인 부부’를 탄핵의 함정으로 빠뜨린 집요한 자극 전략과 입법독재 폭주는 민주당이 분열 없이 단일대오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위기가 닥치면 우파는 더 분열하지만 좌파는 똘똘 뭉치는 특성을 보인다.

국힘 재건의 최우선 과제가 ‘윤석열의 완전한 청산’을 통한 단합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현실에선 딜레마가 크다.

보수의 자격을 잃은 세력까지 껴안고 갈 수는 없으므로 도려내야 한다. 그런데 자칫하면 몸통 거의 전부를 도려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윤석열 청산 작업에서 계엄과 탄핵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계엄과 윤 부부를 옹호하고 투표일까지도 윤 청산을 거부했던 옛 지도부와 윤핵관 출신 인사들은 다 청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탄핵 찬반은 다르다. 계엄을 찬성하는 국민은 거의 없지만 탄핵은 찬반 여론이 6대 4 정도로 갈렸다. 탄핵 반대에 선 이들 가운데는 계엄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탄핵이란 국민의 주권 행사를 무효화시키는 것이며 이재명 정권 창출을 뜻하므로 고개를 저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외과적 수술은 계엄을 옹호한 세력을 정조준해 정밀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힘이 윤석열이라는 오물을 깨끗이 씻어 버리지 못하면 국민이 국힘을 버린다. 하루속히 당 강령에 윤석열 정권의 완전한 청산을 명기해야 한다. 즉, 윤 부부의 권력 남용과 독선, 당 장악, 계엄, 계엄 후 당 지도부의 윤석열과의 단절 실패까지를 모두 기술해 보수 정당사 최대의 오점으로 규정하고, 당원과 국민을 배신한 것을 처절히 반성하며 이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명기해야 한다. 그렇게 윤석열의 강을 건넌 뒤엔 계파 간의 비방전도 멈춰야 한다. 다 제 눈 찌르기다.

당 대표는 차기 대권과 100% 무관한 인물 가운데 당원과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보수 이념과 시대 흐름에 정통한 인사가 전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추대하는 길도 열어야 한다.

차기 대권과 무관한 사람이어야 선거에 제 사람 심기를 안 하고 당 재건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당내 분열에 계파를 불문하고 엄한 채찍을 휘두를 수 있다.

국힘의 절실한 과제인 세대교체도 젊은 정치인들의 자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표가 강한 의지로 세대 물갈이를 해야 한다. 혁명적 개혁을 위해 과도기적 일극 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대선주자 충동구매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책이든 인선이든 대중적 인기만을 중시하는게 정치적 포퓰리즘인데 대표적 실패 사례가 윤석열 영입이었다. 부인 리스크와 특수부 검사 시절의 거친 행태가 법조계에선 다 회자됐었는데 국힘은 내부 토론이나 인성 검증 한번 없이 모셔왔다. 수십년 전통의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가벼운 정치였다.

앞으로는 당과 더불어 커오며 인성이 관찰된 사람, 보수주의 철학과 이념을 학습한 사람, 그리고 세계의 격변을 통찰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을 검증하며 키워야한다. 반짝 인기가 아니라 이념 철학 정책방향 리더십 성정에 대한 신중한 평가를 바탕으로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국힘은 당이 국민에게 버림받든 말든 내 텃밭만 안전하면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다수를 형성하는 좀비같은 존재가 됐다. 윤석열 부부가 구치소로 들어가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민주당 정권 저수지 속의 강경 저질 인물들의 발호 같은 외부적 변수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신세다.

지난 3년간 지도부나 중진으로 당 운영에 관여한 이들은 자신들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안겨줬는지, 보수 진영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석고대죄해야 한다. 윤석열과 국힘의 행태가 몸서리치게 싫으면서도 표를 준 보수 유권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텃밭에서 금배지 연장만을 도모하며 웰빙 세력으로 온존하려는 그런 뻔뻔함은 도저히 가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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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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