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이 선거일을 약 1주일 남기고서야 공식 공약집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8일 공식 공약집을 냈다. 사전투표 바로 전날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보다 겨우 이틀 앞서 자료를 공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일정이 빠듯했던 19대 대선과 비교해도 이번 공약 발표 시점은 늦다. 당시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각 22일 전, 11일 전에 공약집을 내놨다.
주요 정당들이 미적대는 사이 재외국민 사전투표는 지난 25일 끝났다. 유권자 25만여 명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받아 공개한 ‘10대 공약’ 정도만 참고할 수 있었다. 재원과 이행 계획이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자료들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공약은 방법이 마땅치 않아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건 절제하자고 정책본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는 후보의 의도에는 공감한다.
대선 공약집 발간은 공직선거법상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공약집은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판단할 수 있는 길잡이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의 공약집은 각각 375쪽과 430쪽에 달한다. 1주일 동안 찬찬히 살펴보기 어려운 분량이다.
조기 대선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해명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주당은 작년 10월 차기 정부 집권을 준비할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켜 정책 발굴에 속도를 냈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직전까지 정책 논의 대신 단일화 파동 등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정치 공세를 피하기 위해 논쟁적 의제를 일부러 늦게 공유했다는 인상도 받는다. 민주당이 공약집을 내놓은 이날은 공교롭게도 마지막(3차) TV 토론을 마친 다음날이었다. 공약집엔 대법관 증원, 여성가족부 재편 등 정쟁적인 사안도 담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자원 조달 방안이나 법제화 가능성 등 주요 쟁점에 질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약집 공개를 일부러 늦추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앞으로는 후보로 등록할 때 정식 공약집도 함께 내놓도록 하면 어떨까. 그래야 22일뿐인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라도 후보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