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19만명 늘었지만, 60세 이상 빼면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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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에 美 관세전쟁 영향 겹쳐
제조업 취업자 1년새 11.2만명 감소
건설업 18.5만명 줄어 ‘역대 최대폭’
청년 취업자 석달째 20만명대 감소세

지난달 취업자 수가 19만 명 늘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을 빼면 일하는 사람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까지 겹치면서 청년 취업자는 석 달 연속 20만 명대 감소세를 이어갔고, ‘경제 허리’인 4050대 일자리도 쪼그라들었다. 미국발(發) 관세전쟁 영향이 본격화하면 주력 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한파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3000명 증가한 285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12월 ‘계엄 직격탄’을 맞아 감소세(―5만2000명)로 돌아섰다가 올해는 3개월째 10만 명대 증가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일자리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67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꼴(23.5%)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36만5000명 불어난 규모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17만2000명 줄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0만6000명 감소했고, 40대(―4만9000명)와 50대(―2만6000명)에서도 취업자 수가 뒷걸음질했다. 30대 취업자만이 증가세(10만9000명)였다.

연초 고령층을 중심으로 ‘세금 일자리’가 늘면서 그나마 고용시장을 떠받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보면 정부 직접일자리가 포함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취업자 수는 8만7000명 늘었다. 고령화로 노동수요가 늘고 있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도 21만2000명 증가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새 11만2000명 줄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9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점점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감소한 제조업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11월(―11만3000명)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부진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며 제조업 일자리를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로 통상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제조업 일자리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비재 경공업, 기계장비 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미국 품목별 관세나 상호관세 등에 따라 수출 주력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연관 산업까지 고용 악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내수 한파의 영향으로 건설업 취업자 역시 1년 새 18만5000명 줄었다. 2013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감소세를 또다시 새로 썼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 줄며 최장 기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자영업에서는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2만9000명 줄어든 반면 직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은 2만8000명 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청년들도 증가 추세다. 육아, 학업 등의 이유 없이 ‘그냥 쉰’ 청년 인구는 1년 전보다 5만2000명 늘어난 45만5000명이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3월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20대 후반까지도 고용 부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20대 후반이 취업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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