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일자리 유지땐 17년뒤 월급 3배…재취업 중장년은 달랑 9만원 올라
국내 주요 은행을 다니다 5년 전 퇴직한 최모 씨(60)는 평생 다니던 은행을 나오자 앞길이 막막했다. 최 씨는 그나마 은행 재직시절 알았던 거래처의 CFO(Chief financial officer·최고 재무 관리자)로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월급은 기존 은행에서 받던 금액의 절반 수준이었다. 최 씨는 “그래도 주변 지인들과 비교했을 땐 잘 풀린 케이스”라며 “다른 은행 동기들은 은행에서 마련해 준 퇴직자용 시간제 강사 자리에서 훨씬 적은 월급 받으며 일한다. 중소기업 다니다 나온 친구들은 재취업할 자리조차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주된 일자리 유지-퇴직 후 장기 실직자 ‘월급 격차 437만 원’
주된 일자리를 유지한 중장년과 장기 실직 후 재취업한 중장년 간의 월 소득 격차는 2022년 기준 무려 437만 원에 달했다.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고 퇴직 이후에도 커리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와의 이중구조 격차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 연구위원은 “구직 의욕이 있다는 가정 하에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을 하는데 1년 이상 걸렸다면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일반 사무직 등 일반적인 직렬을 소화했거나 퇴직한 주된 일자리의 질 자체가 좋지 않아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로 추정된다”고 했다. 일자리의 질에 따른 주된 일자리 차이가 재취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했지만 1년 이내 재취업에 성공한 근로자들의 월급도 같은 기간 평균 월급이 185만 원에서 425만 원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빠른 재취업 여부가 노동시장 내에서 임금 수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지 연구위원은 “퇴직 후 1년 이상 미취업상태가 지속되면 노동시장에서 퇴사자에 대해 갖는 폄하와 장기실직자에 대한 낙인이 합쳐져 근로소득이 급락하게 된다”며 “그럼에도 저임금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이유는 생계유지의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17년간 주된 일자리 유지한 중장년층은 10명 중 3명 뿐정부가 정년연장의 일환으로 기업 주도의 퇴직 후 재고용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재취업 시장이 녹록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장년층이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49.3세로 정년까지 10년 넘게 일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저임금 자영업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회사를 퇴직하고 자영업을 하는 50세 이상의 48.78%가 최저임금보다 적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79만7300원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영업 폐업자 수 98만5868명 중 46%가 5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퇴직 근로자의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재취업의 양적·질적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거의 논의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취업 교육서비스 역시 참여율이 저조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비스 의무대상 근로자의 참여율은 29.6%(2만5030명)에 불과하다. 지 연구위원은 “중장년 조기퇴직자를 위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재취업 지원 서비스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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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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