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니 치리노스는) 충분히 승산 있는 투수라 생각한다.”
최근 만났던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말이었다.
치리노스는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원정경기에 LG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부터 치리노스는 무난한 컨디션을 과시했다. 1회말 배정대(삼진), 장진혁(1루수 땅볼)을 물리쳤다. 안현민, 장성우에게는 연달아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이정훈을 1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2회말에는 문상철(2루수 땅볼), 허경민(낫아웃), 김상수(유격수 땅볼)를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첫 실점은 3회말에 나왔다. 권동진의 볼넷과 배정대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에 몰렸다. 이어 장진혁은 낫아웃으로 돌려세웠으나, 안현민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내줬다. 장성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요리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4회말은 다시 깔끔했다. 이정훈의 우중월 안타와 문상철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와 마주했지만, 허경민, 김상수를 각각 중견수 플라이,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후 5회말에도 권동진(삼진), 배정대(유격수 땅볼)를 막아낸 뒤 장진혁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으나, 안현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5이닝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총 투구 수는 89구였다. 6회초 끝남과 동시에 굵어진 빗줄기로 경기가 우천 중단 되지 않았다면 한 이닝 정도 더 맡겨볼 수 있을 정도의 공 개수였다. 아쉽게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결국 LG가 0-5로 패함에 따라 시즌 3패(7승)째를 떠안게 된 치리노스였지만, 분명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손을 잡은 치리노스는 초반부터 위력투를 펼쳤다. 3월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00, 4월 나선 5경기에서도 3승 1패 평균자책점 1.16을 기록했다. 이후 5월 성적 역시 5경기 출전에 2승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괜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흔들렸다. 12일 잠실 SSG랜더스전에서 5.2이닝 9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4실점으로 주춤했다. 이어 18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도 4.2이닝 11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6실점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령탑의 신뢰는 굳건했다. 염경엽 감독은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치리노스가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낮게 활용하면 치기 쉬운 공은 아니”라며 “투심이 대부분 높게 형성되니 가치가 떨어졌다. 최근에 맞은 것도 투심이 높게 갔다. 그러면서 슬라이더 비중이 늘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잘라 하단만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투수”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이날 무난한 투구를 펼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치리노스다.
LG는 현재 치열한 선두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42승 2무 31패로 1위 한화 이글스(43승 1무 29패)에 1.5경기 차 뒤진 2위이지만, 3위 롯데 자이언츠(41승 3무 31패)와의 격차는 불과 0.5경기 차다. 이런 상황에서 치리노스가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터. 과연 치리노스는 부활하며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