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변에서 임신한 외국 여성이 입국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부터다.
1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의 판결 이후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과 핵심 지지층을 일컫는 '마가'(MAGA) 지지자들은 출생시민권을 제한할 수 있는 다른 계획으로 신속하게 방향을 바꿨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비록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이제 누가 미국에 들어오는지를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미국 땅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오고, 그 아기는 평생 시민권을 갖게 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인 '페더럴리스트' 창립자인 숀 데이비스 역시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이를 제기한 바 있다는 게 악시오스의 설명이다.
이러한 계획을 두고 악시오스는 "임신, 여행, 시민권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을 불러올 것이며, 논의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권리 문제에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는 문제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출생시민권 유지 판결 직후 유감을 표했다. 이어 헌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위헌 판정을 받은 자신의 행정명령과 비슷하게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또 미 법무부는 외국인이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노리고 입국 목적을 속인 채 미국에 들어와 아이를 낳는 '원정 출산' 사건들을 최우선으로 수사해 기소하라고 연방 검찰에 지시했다.
하지만, 외국인 임신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전국여성법률센터의 케이티 오코너 연방 낙태정책 선임국장은 악시오스에 "누가 임신했는지 임신 상태가 어떤지에 관한 데이터가 연방 정부, 더 나아가 주(州)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위험한 제안"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입국 심사를 할 때) 단순히 임신 여부를 묻는 것처럼 간단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이 행정부가 어떻게 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미 행정부는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수를 집계한 수치는 없지만, 외부 추정치에 따르면 매년 2만∼2만6000명 수준에 달한다.
이와 관련, 악시오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가 360만명이라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인용해 "출산 관광은 상대적으로 드물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아울러 북중미 월드컵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미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 등 여러 선수가 출생시민권이 없었으면 미국 대표로 뛸 자격이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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