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이 일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기차를 앞세운 비야디(BYD) 등 중국차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에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5월 신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유럽 주요 31개국에서 중국계 주요 자동차 업체 5곳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한 13만8410대를 기록했다. 대상 업체는 중국 전기차 기업 BYD, 상하이자동차그룹, 저장지리홀딩그룹, 체리자동차, 신흥 전기차 기업 리프모터 등이다.
반면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스즈키, 마쓰다, 혼다, 미쓰비시자동차 등 일본 업체 6곳의 판매량은 3% 감소한 13만424대에 그쳤다. 중국 업체 판매량이 일본 업체를 약 6% 웃돈 것이다. 5월 유럽차 판매 점유율은 중국(12%), 일본(11%), 한국(8%) 순이었다.
중국차 약진의 중심에는 BYD가 있다. BYD가 발표한 올해 1~6월 해외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78만9367대를 기록했다. 6월 기준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해외 판매 비중은 44%로, 1년 전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2026년 해외 판매량이 16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 판매량 104만대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중국차의 경쟁력은 EU의 관세 부과 이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 등을 바탕으로 부당하게 낮은 가격에 판매돼 유럽 자동차 산업을 위협한다고 보고 지난해 가을 기존 10% 관세에 최대 35.3%를 추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산 전기차에는 최대 45.3%의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전기차 가격 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BYD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 부스트’의 독일 판매 가격은 2만6990유로부터 시작한다. 비슷한 성능의 프랑스 르노 ‘르노5 E-Tech’보다 약 3% 저렴하다.
BYD는 전기차뿐 아니라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주요 31개국에서 5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4배 증가했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겨냥하는 배경은 전기차 보조금 부활이다. 독일은 2023년 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올해 1월부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구매자에게 최대 6000유로를 지원하는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스웨덴도 폐지했던 저소득층 대상 지원을 재개했고, 이탈리아 역시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는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연비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전기차 라인업 부족으로 각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의 비아트릭스 카임 연구원은 “유럽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검토할 때 일본차는 후보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업체들은 EU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프모터는 스페인에 있는 유럽 자동차 대기업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조립을 시작한다. 체리자동차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유럽 사업 총괄 거점을 설립했다.
체리는 가동률이 낮아진 닛산의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닛산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활용해 중국차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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