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무념무상 시민 누구”…올해도 한강서 '멍때리기 챔피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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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저마다의 '멍 때리는 재능'을 뽐내고 있다. /사진=서울시

지난해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저마다의 '멍 때리는 재능'을 뽐내고 있다. /사진=서울시

올해 11회를 맞이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오는 5월 11일 오후 4시,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대회 안내를 발표했다.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실제 번아웃을 경험한 예술가 '웁쓰양'이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낭비인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한 기획으로, 2014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이색 대회다. 올해로 11회를 맞는다.

대회 참가자들은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콘셉트 아래, 90분 동안 말없이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말을 하거나, 핸드폰을 보는 것은 물론, 조는 것도 금지다. 오직 '비움'만이 요구된다.

우승자 심사는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참가자가 착용한 암밴드형 심박 측정기를 통해 안정적인 심박수 유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술점수'다. 참가자들은 15분마다 측정된 심박수 그래프를 바탕으로 기술 점수를 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박수 그래프가 안정적인 상태를 이어가거나, 점진적으로 하향곡선을 나타내는 경우가 우수한 그래프"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현장 관객들이 직접 투표하는 '예술점수'다. 예술 점수 상위 10팀 중 기술 점수가 높은 순으로 최종 1, 2, 3등과 특별상 수상자가 결정된다. 1등은 트로피와 상장, 2~3등은 상장을 받게 된다. 참가 선수 전원에게는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인증서가 주어진다.

지난해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생각을 비워내며 멍을 때리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시

지난해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생각을 비워내며 멍을 때리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시

대회 규칙상 참가자들은 '멍 때리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참가자 전원이 마사지를 요청할 수 있는 빨간 카드, 물을 요청하는 파란 카드, 부채질을 요청하는 노란 카드, 기타 요청 또는 기권 의사를 표현하는 검정 카드를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흰 가운을 입은 진행 요원들로부터 '멍 상태'를 방해하지 않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멍때리기에 실패하거나 규칙을 위반하면 '퇴장 카드'를 받는다. 실패 시 전통 무관 복장을 한 심판관에게 끌려 나가야 한다.

대회 종료 후에는 '한강쉼표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한강의 노을을 배경으로 요가, 아로마테라피, 싱잉볼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선착순 50명을 모집하며고, 참가 신청은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공식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대회 참가 신청은 이달 18일 오전 10시~26일 정오까지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다. 모집 규모는 총 80팀(1팀당 최대 3인)으로, 신청자가 3000팀을 넘으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참가자 선정은 신청 사유를 중점으로 검토하고, 다양한 직업·성별·연령대를 고려해 선발한다. 최종 명단은 4월 28일 발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대회에서는 5세 아이부터 6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포스터. /자료=서울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포스터. /자료=서울시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리는' 시간이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쉼"이라며 "한강공원이 일상 속 쉼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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