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AI 올 6월부터 임상 활용… 딥러닝으로 징후 추적, 진단율↑
얼마나 악성인지 색깔로 알려줘
촬영술 AI, 암 소견 요인 1차 감별… “유선 조직 많은 한국 여성에 도움”
이광희 삼성창원병원 교수 전망
최근 유방 촬영술과 유방 초음파 검사에 특화된 인공지능(AI)이 개발돼 일부 대형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의대 교수, 전문의들의 판독 소견을 학습한 AI ‘딥러닝’(심층 학습과 데이터 세분화 추론)으로 암 징후를 추적한다. 의사 혼자 영상 판독을 했을 때보다 진단율이 높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5%에서 15% 가까이 진단율을 추가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이광희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교수는 “AI의 장점을 의사의 경험, 지식과 함께 활용해서 진단의 시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AI로 분석된 정보를 통해 일반인, 환자들에게 더 세밀하게 증상을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를 만나 AI를 통한 유방암 진단이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들었다.
●실시간 초음파 진단 AI 국내 개발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방암 발병률이 매년 10∼20%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35세 미만에서 발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 경우를 가리키는 ‘영 브레스트 캔서(Young Breast Cancer)’라는 용어가 따로 생겼을 정도”라고 했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을 하면 수술, 시술 등으로 잘 치료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진단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유방암 진단은 영상 검사에 많이 의존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유방암 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치밀 유방이 많아서다. 유방 조직 비율 중 유선 조직이 지방 조직보다 많은 경우다. 우리나라 여성의 60∼70%가 치밀 유방이다. 이 교수는 “초음파에서 유선 조직과 유방암의 음영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유방에 지방 조직이 많은 경우는 유방암 발견이 쉬운 반면에 치밀 유방처럼 유선 조직이 많은 경우는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작은 것들을 영상 진단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선 유방 촬영술과 유방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왔는데, 최근에는 둘의 효용성을 높여주는 AI가 개발돼 임상에서 활용하게 됐다.
“유방 촬영술 AI는 3년 전부터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의심 부위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초음파 검진 AI 개발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AI가 타임랙(일정 시간 지연이 발생하는 현상)에 자주 걸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10분이든, 1시간이든 모두 따라갈 수 있는 AI가 지난해 개발돼 올해 출시됐습니다. 조기 진단이 안 되는 작은 암 징후들을 찾는 진단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습니다.” 삼성창원병원은 의료 영상과 AI 분야 전문가가 창업한 ㈜빔웍스에서 개발한 유방 초음파 실시간 AI 솔루션 ‘캐디-비(CADAI-B)’를 6월부터 쓰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800명에 대한 캐디-비의 유방암 검출 민감도를 시험한 결과 95% 수치가 나왔다.●암 악성도-진행 확률까지 분석해 의사 도와
실시간으로 초음파 영상을 AI가 전송받아 분석해 위화감 없는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중간 지점인 노란색이 나오면 다양한 각도에서 돌려보면서 집중적으로 확인을 한다.
초음파 AI 분석 영상에선 의심 부위가 암으로 진행할 확률도 제시한다. 이 교수가 샘플 의심 부위를 보니 암 진행 확률이 19%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보통 5% 이상이면 조직 검사를 한다. AI가 확률 지표까지 제시해 주기 때문에 의사가 최종 소견을 내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 촬영술 AI는 국내에 2022년 도입돼 많은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방암 소견인 석회화, 구조 왜곡, 위험군 혹을 AI가 1차적으로 감별해 낸다. 그리고 악성도를 예측한다. 이 교수는 “북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유방 촬영술을 통해 반드시 의사 2명이 판독을 하고 서명하는 것을 법제화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AI가 개발되면서 이들 국가도 판독에서 의사 1명과 AI의 분석 결과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AI가 보조 의사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삼성창원병원에선 도입 초기라 AI 진단 비용은 안 받고 있다. 앞으로 AI 진단 비용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 지금은 검사 전에 권유를 하고 있다. 저변 확대 차원에서 병원이 투자하는 단계다. 이 교수는 “2D, 3D 엑스레이를 찍고 유방 초음파를 보고, 여기에 AI 진단까지 거치는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판독 오류는 없어질 것이다. 점차 유방암에 관해선 세계 최정상 진단국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유방암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AI 진단을 정확하게 알았으면 하는 것이 이 교수의 바람이다. 이 교수는 “의사의 말만 믿는 객체가 아닌 인식의 주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 역시 AI가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고 저항감을 가질 수 있고, 경험이 적은 의사들은 막연하게 믿을 수 있다. 진화하는 AI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임상적 활용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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