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권한대행 사퇴… 대선 출마하는 한덕수

14 hours ago 2

민주 “공직이용 선거준비… 고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자 사퇴 시한을 사흘 앞둔 1일 사퇴했다. 대선 관리를 맡아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의 임기는 2일 0시 기준으로 끝났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런 결정이 옳고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했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2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놓고 한미 관세 협상 등 경제 불확실성 확대 속에 국정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을 이용해 선거 준비를 하고 다른 공직자들을 동원한 건 선거법 위반이고 직권남용”이라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형사고발 방침을 밝혔다.

한덕수 “더 큰 책임의 길” 밝혔지만… 국정안정-선거관리 책임 저버려

권한대행 복귀한지 38일만에 사퇴… 오늘 출마선언서 협치 등 강조할듯
“무역협의 활용” “尹시즌2” 지적나와
韓측, 이미 김문수와 단일화 접촉… 국힘 경선 무의미 논란속 진통 클듯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사진)는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사퇴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고한 지 약 30분 만이다. 3월 24일 탄핵심판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한 직후 ‘마지막 소임’을 언급하며 “안정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던 대국민 담화는 38일 만에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로 최종 결정했다는 말로 바뀌었다. 일각에선 대미 무역 협상 등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직행이라는 전례 없는 결정으로 국정 운영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절박한 위기감 느껴”… 韓 측 이미 단일화 물밑 접촉

한 권한대행은 이날 불합리한 경제 정책과 극단의 정치를 언급하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퇴를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상징 색을 섞어 협치를 상징하는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한 권한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선언문에는 협치를 위한 거국 내각, 임기 단축도 고려한 분권형 대통령제 및 개헌 필요성 등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 대선 캠프에는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수혜 총리실 공보실장, 신정인 시민사회비서관, 김철휘 소통메시지비서관, 이충현 정무협력비서관 등 총리실 참모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윤석열 행정부 대통령실 부대변인 출신인 김기흥 국민의힘 대변인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무소속 후보 신분이지만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 한 권한대행 측이 3일 최종 1인이 가려지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전 비서실장이 사퇴 후 이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일화 논의 밑그림을 그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단일화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공보물을 인쇄하는 7일까지는 단일화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3일 선출되는 것을 감안하면 나흘밖에 시간이 없는 셈이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이날 대법원 선고로 단일화 논의가 더 복잡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장관 캠프 관계자는 “대선 판이 달라졌다. 이 후보 사법 리스크 재점화로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졌는데 김 전 장관이 쉽게 대선 후보 자리를 한 권한대행에게 양보하겠느냐”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 캠프 소속인 배현진 의원은 “이 후보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한 권한대행의 출마도 동시에 명분을 잃었다”며 “이 후보를 막기 위해 차출하자는 주장이 무색해졌다”고 했다.

● “심판이 선수로 나선다” 비판 불가피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두고 “심판이 선수로 선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한 권한대행이 ‘마지막 소임’이자 대선 후보로서 최대 강점으로 강조해온 한미 통상 협의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대선 출마로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한미 통상 협의에 대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선거 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통상 협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1일 “한미 통상 협상이 본인의 대선 출마를 위한 밑그림이었는지 아닌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 권한대행이 개헌연대와 거국 내각을 출마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대선 구도가 탄핵의 수렁에 더 깊게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윤(비윤석열)계 한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 추대론을 등에 업은 한 권한대행의 등장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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