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학생 발언에 “성적 의도 없어”
성적 굴욕감 주는 행위로 보기 어려워
학교폭력 겪던 A군 적절히 대처 못해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교사 신고 당하자
학생 교권침해 신고한 점도 석연치 않아
선생님에게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교권 침해’ 징계를 받았던 초등학생이 법적 다툼 끝에 승소했다. 법원은 학생의 발언이 교사를 부적절하거나 당혹스럽게 하는 발언일 수 있어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A군 측이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에서의 봉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군은 올해 1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교내 봉사 2시간이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A군이 5학년이었던 지난해 학기 첫날 담임교사 B씨에게 “선생님 예쁘세요, 저랑 사귀실래요?”라는 발언을 한 게 이유였다.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A군 측은 “선생님 예쁘세요”라고만 말했을 뿐,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선생님에게 ‘예쁘시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이며, ‘저랑 결혼해주세요’ 라든지 ‘연애 얘기 해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성희롱이나 교육활동 침해라고 표현하는 교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A군은 만 11세에 불과했고, 학기 첫날 선생님에 대한 호감의 표시나 더 애정을 받기 위해 한 표현에 불과할 뿐 성적인 의도로 발언한 것이 아니며, 상식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당시 목격 학생의 자필 진술서 등을 토대로 A군이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부적절하거나 담임교사를 당혹스럽게 하는 발언일 수는 있어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발언이거나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A군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신고한 배경에도 주목했다. A군은 학기 초부터 학교폭력을 겪어 A군과 그의 부모가 B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피해가 점점 심해지자 B교사가 충분한 관심이나 적절한 대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언어폭력을 넘어 폭행에 성폭력 피해까지 보게 되자 A군 측은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지난해 9월 학교폭력 신고와 함께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 결과 일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고 일부는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군 측은 11월에 B교사를 상대로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는데, 그러자 B교사가 A군의 학기 초 발언을 문제 삼으며 뒤늦게 교권 침해 학생으로 신고한 사정이 재판부로서는 석연치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A군 부모가 학폭 피해 문제로 말미암아 B교사에게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 일 등이 교육활동 행위를 침해한 것이라며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A군 부모에게 내린 특별교육 이수 6시간 처분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군 부모의 문제 제기 방식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A군이 겪은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정도가 절대 가볍지 않았던 점과 갈등 기간도 짧지 않았던 점, B 교사가 적절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교권 침해 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