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월, 30여 개 시민단체가 “자국민을 역차별하는 매국적 부동산정책을 규탄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우리 국민은 대출 규제로 부동산 매입을 옥죄면서 외국인은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국내 부동산을 살 경우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구청에 제출하는 자금출처계획서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시민단체들은 “중국인 주인에게 세 들어 살라는 게 웬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외침은 단순히 시위 구호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특히 중국인이 주인인 집에 세 들어 사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중국에 있어 집에 하자가 생겼을 때 애를 먹고 있다”는 불만도 들린다. 외국인이 국내에 소유한 주택이 지난해 말 기준 10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 물론 전체 주택의 0.5%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6개월 새 5000가구가 늘어날 정도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56%로 압도적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120억원짜리 고급 단독주택을 33세 중국인이 전액 현금으로 사는 일도 있었다.
중국인이 부동산 쇼핑에 나선 나라들은 한결같이 집값 폭등을 경험했고 뒤늦게 규제 조치를 내놨다. 2020년부터 2년 만에 집값이 50% 치솟은 캐나다 밴쿠버는 2023년부터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하고, 투기 차단을 위해 ‘빈집세’도 물리고 있다. 호주는 올 4월부터 비거주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매를 금지했다. 미국은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30여 개 주에서 중국인과 중국 기업의 토지 구매를 제한하거나 관련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중국인의 부동산 욕심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도 박정희 정부 시절 화교들의 국내 부동산 소유를 금지한 적이 있다.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구입이 극도로 까다로운 현실을 감안하면 상호주의에도 맞지 않는다. 국회에는 중국인 등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구입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우리도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온 듯하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