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폴커 키츠 지음·윤진희 옮김/282쪽·1만9800원·김영사
아버지는 병원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대신 집 소파에서 TV를 볼 때마다 “난 여기가 참 좋구나”라며 편하게 미소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들은 아버지를 집에서 모셨다. 대신 더 자주, 면밀히 아버지를 관찰할 도구가 필요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아들이 매 순간 돌보지 않더라도 아버지는 어느 정도 ‘정상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어느 날 아버지는 현관문 밖에서 한참을 서있었지만 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 그 뒤론 문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며 집 안에 칩거했다.
자식은 부모의 나이 듦을 바라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전하며 늙은 부모를 마주하고 끌어안는 법을 전하는 자전적 에세이다. 부모를 돌보는 자녀로서 겪어야 했던 갈등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의 무게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저자는 독일 쾰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널리스트와 시나리오 작가, 저작권 전문 변호사 등으로 일했다. ‘마음의 법칙’(2022년)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유년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 어머니가 먼저 사고로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심리 변화, 이후 아버지의 병세 등도 저자는 자세히 묘사했다. 누구나 맞이할 노후에 대한 통찰도 전한다.“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 고통받을 때 함께 고통을 느끼고 우리를 위해 애쓰는 사람. 어쩌면 우리 삶의 과제이자 노후 대비는 그런 존재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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